늘어나는 '빚 많은' 전셋집... 고개드는 '깡통전세' 공포

입력
2020.10.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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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반환보증 발급 중 43.66%가 깡통전세 위기주택
"보증 가입 의무화, 임대료 부담 분배 등 개선 노력 필요"

집주인의 대출과 전세보증금 합이 집값의 80%를 초과하는 '빚 많은 전세주택' 계약이 올해 들어 다시 급증했다. 저금리로 대출이 늘어나고 전셋값까지 오르자 부채비율이 높은 집들이 전보다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전세 가뭄을 맞아 빚이 많아도 들어가 살겠다는 전세 수요가 많아진 영향도 더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깡통 전세'의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는 지표라고 우려하고 있다.

늘어나는 깡통전세 위험 주택

20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발급된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운데 부채비율이 80~100%에 이르는 주택은 전체의 43.66%(전국 5만6,033가구)에 달했다.

여기서 부채비율이란 집주인 등에게 설정된 선순위 채권금액(근저당금)과 전셋값의 합을 주택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빚이 많은 집이란 뜻이다. 그만큼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위기주택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52.96%였던 위기주택 비율은 지난해 39.59%로 낮아졌으나, 올해 들어 다시 4.07%포인트 반등했다. 특히 서민이 주로 세 들어 사는 연립주택은 올해 이 비율이 47.80%에 달해, 지난해보다 8.75%포인트나 급등했다. 위기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저렴한 다세대주택(70.20%)이었다.

이처럼 높은 부채비율은 전세불안의 주요 원인이 된다. 주택에 얽힌 빚이 많을수록, 유사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셋값이 매매가를 초월하는 '역전세난'이 불거지면 깡통전세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런 탓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70%를 넘으면 임대차 계약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전세난에 빚 많은 집 거부 어려워

만약 임대인이 빚을 못 갚아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낙찰금에 대한 권리는 세입자보다 은행 같은 근저당권자가 우선 갖는다. 그나마 세입자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발급받으면, HUG의 대위변제 등을 통해 전셋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주택 부채비율이 80%를 초과하면 보증료율이 오르며, 100%를 넘기면 보증 발급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최근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위기주택을 선택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희소해지면서, 빚 많은 주택이라도 일단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통상 빚 많은 주택은 이런 결점 때문에 주변보다 전세시세가 저렴한 경우가 많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부채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시세보다 저렴하다면 입주하겠다는 세입자가 많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선 전세난 속에 앞으로 빚 많은 위기주택 계약이 더 많아질 것이라 우려한다. 실제 지난달 반환보증 발급을 받은 위기주택 비율(44.30%)은 작년 9월보다 4.59%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빚 많은 전세주택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주문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환보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보증료 부담을 임대인과 임차인이 절반씩 부담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저소득층의 보증료는 국가가 대신 납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진석 의원은 "임차인 보호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반환보증 제도의 효율을 높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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