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로 접어든 현대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투자 최적지로는 배터리 자원이 풍부하고, 전기차 산업 발전 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가 지목됐다.
20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의 자동차산업 과제: 기업가정신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주제로 열린 한ㆍ인도네시아경영학회(KIMA) 긴급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는 KIMA가 주최하고, 한국일보가 후원했다.
발제자로 나선 KIMA 회장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배터리 산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생산ㆍ판매하고 있지만,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영향력은 배터리 업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 시장은 2025년 메모리 반도체(170조원)보다 큰 18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김 교수는 “모빌리티 기업이 자체적인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엔진 기술이 없는 것과 같다”며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BYD 등이 배터리 관련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평가 받는 것처럼, 현대차도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자체 생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도네시아가 현대차의 배터리 산업 전초기지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망간의 주요 생산국으로, 2030년에 ‘전기차 산업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 장관,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청장 등이 LG화학과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 설립을 촉구하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1조8,000억원을 투입해 현지 공장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2021년 말 가동 예정인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소형 다목적차(MPV) 등을 연간 15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 공장에서 내연기관 차량이 아닌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을 타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단순히 소형 SUV의 신시장 개척이 아니라, 미래차 기업으로서의 변신을 위한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지 내연기관차 시장은 이미 일본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뒷받침되고, 시장 장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조직과 사업 구조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의선 회장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이나 화웨이, 알리바바처럼 사업부를 독립 조직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집토끼와 산토끼가 한 집에서 살기 어려운 것처럼, '현대차 3.0' 시대에서는 각각의 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사해 효율적인 경영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