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고객을 공략해 출시한 ‘애플워치SE’가 잇따라 발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최소 6명이 애플워치SE 발화 현상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이뤄진 맥북프로 배터리 리콜 사례처럼 이번에도 대규모 리콜 조치가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국내 판매에 들어간 애플 스마트워치 애플워치SE에서 발열 및 발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기기가 뜨거워지면서 액정 오른쪽 상단 부분이 마치 불에 탄 듯 노랗게 녹아버리는 증상이다. 이달 10일부터 19일까지 최소 6명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용자는 “착용하고 있는데 손목이 뜨거워서 보니 발열과 함께 화면 상단에 동그랗게 익은 부분이 생겼다”며 “뭘 만진 것도 아닌데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발생한 애플워치SE는 애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인 30만원대로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워치다. 부모의 아이폰으로 휴대폰이 없는 아이와 노인들의 애플워치를 설정할 수 있는 ‘가족 설정’ 기능을 특징으로 내세워 ‘가족 기기’임을 강조했다.
애플워치는 수면 추적 기능이 포함돼 있어 이용자들이 착용한 채로 잠드는 경우가 빈번한 기기이기도 하다. 애플은 애플워치SE를 공개하면서 “부모가 애플워치로 용돈을 송금할 수도 있고, 수업 시간 등에는 자동으로 방해금지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며 “어린이와 노인 사용자를 위한 최적화된 기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발열 및 발화 피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어린이에게 유용하다’는 애플의 마케팅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일각에서는 과거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처럼 배터리가 과열되는 현상이라고 추정하지만, 액정이 녹는 오른쪽 상단 부분은 진동용 부품인 ‘탭틱 엔진’과 측면 버튼 ‘디지털 크라운’ 사이여서 배터리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국내 판매분에서만 문제가 확인된 만큼, 국내에 제품을 공급한 제조공장의 공정상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애플의 대처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문제로 제품 리콜을 결정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애플 아이팟 나노 1세대에서 수차례 배터리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국가기술표준원이 애플코리아에 전량 리콜을 권했지만 애플은 “기술적 하자가 없다”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맥북프로 15인치 모델의 배터리가 폭발하는 등 불량 이슈가 발생하자 전량 리콜에 돌입한 바 있으며, 9월에는 애플워치 시리즈 2와 3의 유리가 갑자기 갈라지거나 깨지는 증상이 수차례 보고되면서 ‘화면 교체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리콜을 했다.
애플코리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애플워치SE 발화 현상을 알린 한 소비자는 “환불은 받았지만, 애플 측으로부터 사과를 듣지는 못했다”며 “애플 측에서 직접 결함을 알려 다른 사용자 피해를 막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