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급기야 제3국에서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간의 폭행 사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악화일로인 양안(중국와 대만)관계가 이번 폭행사건 책임 공방으로 더 멀어질 전망이다.
19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쩡허우런(曾厚仁) 대만 외교부 차관은 이날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피지 주재 상무대표처 관계자가 현지 중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 측에 따르면 지난 8일 피지에서 대만의 실질적인 외교 공관 격인 상무대표처가 개최한 대만 국경절 기념 행사장에 중국 외교관 2명이 강제로 들어와 참석자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고, 이를 제지하던 대표처 직원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1명이 뇌진탕 등 부상을 입었다는 게 대만 외교부 주장이다.
쩡 차관은 "중국 외교관 2명은 (물리적 충돌 이후에도) 외부에서 크게 고함을 치고 거의 문을 부술 기세로 달려들었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대만 내에선 중국의 거친 외교 행태에 대한 항의가 거세다. 현지 언론들은 마치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일명 '전랑(戰狼ㆍ늑대 전사) 외교'가 '망나니 외교'로 변질된 사건이라며 맹비난했다. FT는 "이번 사건이 중국 외교부 업무가 공격적인 정치 수사로 전통적인 국제 사회의 외교 규범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만 외교 활동을 막으려는 중국의 압박은 계속돼 왔다. 지난주에도 인도 주재 중국 대사관은 대만 외무장관의 인터뷰가 현지 TV에 방영됐다는 이유로 인도 정부에 크게 항의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 외교관 1명이 대만 대표처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물품이 파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만의 주장을 "적반하장"이라면서 "(사건 현장에) 대만 국기가 공공연히 걸린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