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한다"는 이낙연... 靑 부동산 정책 어디까지 손댈까

입력
2020.10.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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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당내 부동산 대책 전담기구인 ‘미래주거추진단’을 띄우며 부동산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ㆍ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 등 정부여당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시행 이후에도 전세 매물 급감과 전셋값 상승 등 ‘전세 대란’이 이어지면서 민심이 심상치 않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뇌관은 부동산...이낙연 "획기적 대안 만들라"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주거추진단 발족을 전하며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며 ‘획기적 대안’ 마련을 예고했다. 추진단 단장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3선의 진선미 의원을 임명했다. 지난 추석 연휴 직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보고 받은 이 대표가 부동산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후 3주 만에 공식 기구가 출범한 것이다.

이 대표가 추진단 카드를 꺼내든 건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재계약 세입자가 늘어나고, 재건축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며 전세 매물이 감소한 반면 경기 하남 교산과 고양 창릉 등 3기 수도권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전세 수요는 늘며 전셋값이 출렁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전세물량이 늘고 집값은 안정적’이라고 보고했지만 지도부가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16일 전국의 성인남녀 500명에게 임대차 3법 개정 여부를 물은 결과, 48.1%가 ‘재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 라고 응답한 비율은 38.3%였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1주택 '종부세' 감면, 공급 확대... 임대차 3법 재개정은 없다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민심을 아우르지 못한 상황에서, 당 추진단이 내놓을 ‘이낙연표 부동산’ 정책이 시장 기대에 부응할지 미지수다. 추진단의 최우선 과제는 최근 전세대란 해결책 마련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임대차 3법 재개정은 선택지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세입자 보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되, 전세 공급의 숨통을 트여줄 ‘핀셋’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세난을 해결할 뚜렷한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추진단의 또 다른 과제는 ‘1주택자의 세(稅) 부담 완화’다. 추진단은 장기간 실거주한 1주택자에 한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을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정부가 재산세 부과 기준인 주택 공시가격 등을 빠르게 인상해, 결과적으로 소득이 적은 은퇴자나 고령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이는 ‘세금 폭탄’ 등 1주택자의 불만을 달래주기 위한 조치일 뿐, 시장 안정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공급 대책이다. 이 대표는 “고급화되고 다양해진 수요를 종래의 주택보급률 개념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서울의 주택보급률(96.3%)을 근거로 ‘주택 문제의 핵심은 공급 부족보다는 소수 다주택자의 과다 보유이기에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기존 당의 노선과는 다른 인식이다. 한 최고위원은 “투기 억제와 함께 여전히 부족한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문제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간 주로 3기 신도시 등 외곽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식으로 공급해왔는데, 앞으로는 집이 좁더라도 직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은 신혼부부 등 다양한 주거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급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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