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군 당국에 대한 국정감사 최대 복병은 다름아닌 군 장성들의 ‘입’이다. 최대 이슈인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을 놓고 군 수뇌부가 오락가락 발언으로 혼란을 자초하거나 질의 취지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사오정 답변’으로 되레 의혹을 키운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군 내부 보고를 받듯 ‘가볍게’ 생각하고 발언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 초기부터 각종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의원들의 날카로운 추궁이 아니라 군 당국자들의 어설픈 답변이었다. 시작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었다.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공무원 실종 신고 당일 북측에 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서 장관은 “당일 실무진에게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해 '월북 조작론'을 자초했다. 서 장관이 언급한 ‘월북’은 ‘자진월북’이 아닌 ‘조류에 의해 북한 해역으로 표류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생각은 달랐다. 실종 당일에는 ‘자진 월북 가능성’을 낮게 본 정부가 북한에 피격 당하자 하루 아침에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의심을 사게 했다.
서 장관은 ‘그럼 처음부터 월북으로 생각하신 건 아니네요’라는 하 의원의 추가 질문에도 “첫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자신의 ‘월북’ 발언이 어떤 파장을 갖고 올 지 예상 못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장관이 실종 당일 보고 받았다는 ‘월북 가능성’ 의미는 ‘북측 해역으로의 표류 가능성’을 의미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원인철 합참 의장도 불필요한 의혹을 자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8일 국감에서 ‘시신이 40분간 탔다고 하는데 영상이 있는 걸로 안다. 영상을 봤느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시신 소각이 아니라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보지 못했고 사진만 봤다”고 답했다. 불빛 관측 영상의 존재는 지난달 24일 합참이 최초 브리핑 때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원 의장이 봤다는 사진도 해당 영상을 캡처해 사진 형태로 본 것이었다.
그러나 원 의장이 그런 부연 설명을 안 한 탓에 합참이 ‘새로운 영상과 사진을 갖고 있고 그간 함구해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원 의장이 ‘시신이 훼손된 사진을 봤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원 의장과 같은 질문을 받은 이영철 정보본부장이 “의장 답변 수준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해 파장은 커졌다. 이를 보다 못한 군 장성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영상이 있다는 건 이미 다 공개된 것인데, 왜 자꾸 뭐가 있는 것처럼 망설이느냐”며 “그러니까 군이 의심을 받는다”고 교통정리에 나설 정도였다.
15일 열린 해군본부 국정감사는 대혼란의 장이었다. ‘실종 당일 북한의 경고방송이 있었느냐’는 하태경 의원 질의에 이종호 해군 작전사령관이 “북한의 부당통신이 있었고, 우리는 실종자 언급은 안 했다”고 답변하면서다. '부당통신'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이 발언은 북한과의 ‘정상적 상호교신’이 있었음에도, 우리가 공무원 수색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걸로 받아들여졌다. 7일 국감에서 “북측과 (정상) 교신한 적 없다”고 말했던 서욱 장관의 위증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부당통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아닌 북측이 일방 주장하는 경비계선에 접근하는 불특정 다수 선박에 대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하는 경고 방송을 의미한다. 북한의 부당통신에 우리 군은 조건반사적으로 “정상적 임무 수행 중”이라는 응대만 한다. 그 이상 언급하면 북한의 경비계선 주장에 명분을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령관은 ‘부당통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북한의 부당통신이 있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급기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당시 상호교신이 아닌 북한의 일방적인 부당통신이었다”고 정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대 언어와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언어가 좀 다른데 작전사령관은 이 부분을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오해를 사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 차례 고개를 숙였던 이 사령관은 26일 종합 국감에도 나온다. 출석 대상자는 아니지만 여야가 “의혹 해소가 덜 됐다”며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