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0억 적자에도 정수장학회에 수십억 기부금 지급은 부당"

입력
2020.10.19 14:09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MBC의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MBC가 1,000억원대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에 기부금 수십억원을 지급해온 관행과 소유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국감에서 "광고 매출이 10년간 반토막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MBC가 정수장학회에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가 외부에 기부금이나 출연금을 지원하는 총액의 75%를 정수장학회가 가져가고 있다"며 "2018년 이후 1,000억원대 적자로 최대 출자자인 방문진은 출연금을 한푼도 안 받고 있는데, (정수장학회만 받는 건) 누가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특히 정수장학회는 기부금 부정 사용 논란도 있었던 만큼 기부금을 꼭 지급해야 한다면 용도를 지정해서 지급하거나 다양한 기부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MBC는 정수장학회에 장학금 지원 명목으로 올해 이미 10억원을 지급했다.

이에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은 "1대 주주로서 2대 주주에 대해 답변 드리기 부적절하다"면서 "MBC와 기부금 지급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의 30%를 소유하고 있는 데 대한 문제제기도 되풀이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강탈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5ㆍ16장학회에서 이름을 바꾼 역사가 있는데 MBC 지분 30%를 갖고 있는 건 해결해야 한다. 지분을 회수해 국민주 형태로 바꾸자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고, 김 이사장은 "개인 생각은 있지만 (방문진 이사장으로) 즉답은 어렵다"고 답했다. "개인 생각은 동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냐"라는 우 의원의 추가 질의에 김 이사장은 "고맙다"고 에둘러 동의를 표했다.

1958년 부산 지역 기업인이자 2ㆍ3대 민의원을 지낸 고(故) 김지태씨에 의해 세워진 부일장학회에 뿌리를 둔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관리해왔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