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출퇴근 열차서 급사... 법원 "업무상 재해"

입력
2020.10.19 11:01

장거리 출퇴근을 반복하다 열차 안에서 숨진 노동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김국현)는 사망한 A(당시 49세)씨의 유족이 유족연금 및 장의비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전자복사기를 판매하는 회사의 영업지원부장으로 일하다 2018년 2월 근무지를 부산ㆍ경남 지역으로 옮기게 됐다. 해당 지역 실적이 저조해 현장 상황을 직접 보면서 관리하자는 게 회사의 방침이었다. 이후 A씨는 주말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다른 지사로의 출장도 잦아 그 무렵 일주일 평균 이동거리는 약 1,000㎞에 달했다.

근무지를 옮긴지 약 3개월 후인 그 해 6월 8일 A씨는 금요일 퇴근 후 서울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급사로 숨졌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심장 쪽 기저질환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기저질환이 자연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부산ㆍ경남 지역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가 하반기 매출목표액을 상향 조정했고, 6월은 상반기 결산보고 및 하반기 사업계획보고가 예정돼 있어 특히 바쁜 시기"라며 "A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평소 기저질환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 모든 정황을 볼 때) 질환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직무의 과중,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지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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