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21일 드디어 개막한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워낙 우여곡절을 겪어서인지 이제는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도 헷갈릴 정도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 세계의 수많은 영화제들이 취소됐다. 부산영화제 또한 취소 직전까지 갔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개막일이 2주나 뒤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타격 또한 크다. 영화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초청작 상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행사가 축소, 취소됐다. 해외 영화 관계자들 방문도 끊겼다. 행사 규모로 보면 예년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규모다. 개막을 이틀 앞둔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주변 역시 펜스가 둘러쳐진 채 오가는 인적도 뜸하고 한산했다. 결국 올해 부산영화제는 '개최하는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국내외 톱스타들이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수놓는 개ㆍ폐막식 행사는 없다. 해외 관계자들 초청이 안되니,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등 영화 시장 관련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관객과의 대화' 행사 역시 ‘반도’의 연상호 감독, '사라진 시간’의 정진영 감독 등 국내 초청작만 진행하고, ‘시티홀’이나 ‘트루 마더스’ 등 해외초청작은 온라인으로 갈음한다.
초청작 상영도 축소됐다. 상영작 자체가 예년보다 100편 가량 줄어든 192편이고, 그나마도 한차례 상영에, 관객수는 전체 좌석 수의 25%로 제한했다. 보통 극장이 전체 좌석 수의 50%로 제안하는 것에 비해 더 강력한 조처다. 김정윤 홍보실장은 “모바일 티켓을 소지한 관객만 상영관 건물에 출입할 수 있고, 일일이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폭 줄었다지만, 그래도 상차림은 풍성하다. 취소된 칸 영화제의 공식 선정작 56편 중 23편이 고스란히 넘어왔다. 유명 감독들의 화제작은 15일 예매 시작 1분여 만에 매진됐고 2시간 사이 70% 이상 팔렸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스파이의 아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사탄은 없다’ 등은 인기가 높다. 티켓 구하기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개막작은 훙진바오(홍금보), 쉬안화(허안화), 쉬커(서극), 조니 토(두기봉) 등 홍콩의 유명 감독 7인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다.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홍콩을 다루는, 15분 안팎 단편 모음집이다. 폐막작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애니메이션 버전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폐막작을 통해 관객들이 잠시나마 무력감과 답답함에서 벗어나 훈훈함과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