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비리로 비화되는 ‘라임 사태’… 태도 바꾼 김봉현, 왜?

입력
2020.10.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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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변호사ㆍ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 사실이면 
김영란법 위반ㆍ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적용 가능
'여권 표적 수사'일 땐 수사팀 직권남용죄 물을수도

‘라임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46ㆍ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편지를 통해 폭로한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술접대’ 의혹이 법조 비리 사건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폭로에는 또, 검찰의 라임 사건 수사팀이 여당 측 인사들만 겨냥해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는 만큼,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이 언론을 공개한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보면, 문제의 술자리에 참석한 검찰 출신 A변호사와 검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당장 △A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 룸살롱 술 접대 △(수사팀의) 야당 측 정치인ㆍ검찰 수사관 비위 의혹 은폐 △A변호사의 불법 사건 수임 등 사적 비위 등 현행법에 저촉되는 사안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법무부도 18일 해당 검사들의 징계를 위한 감찰을 넘어 ‘별도의 수사’를 언급한 만큼, 편지의 등장인물 대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현직 검사 3명이 김 전 회장한테서 실제로 향응을 제공받았다면, 기본적으로 ‘부정청탁ㆍ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에 따라 처벌된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 해도, 김영란법상 공직자가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술 접대를 한 김 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서는 A변호사가 현직 검사들을 소개해 준다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마련했다면, A변호사와 접대를 받은 검사들 모두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을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는데, 실제 한 명은 수사팀 책임자로 참여했다”고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만약 해당 검사가 자신이 라임 수사팀으로 발령날 것을 미리 알고도 사건 관계인의 접대를 받은 것이라면 ‘사전수뢰’도 의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또, 라임 펀드 판매를 재개하기 위해 야당 측 유력 정치인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뒤 우리은행 측에 로비를 했고, 전직 검찰 수사관에게도 수차례 금품을 제공했다고 수사팀에 진술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당 인사들 비위와 관련된 수사만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라임 수사팀이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도 ‘취사 선택’을 통해 여당 인사들만 표적수사를 한 게 사실이라면, 수사팀 관계자들에겐 직무유기죄나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7월 말까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재직하며 라임 수사를 이끌었던 송삼현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정치인 관련 진술에 대해선 내가 직접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면담 보고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수사가 많이 됐고, 계속 수사 중이라고 검찰이 밝혔으니, (여당 인사들 비위만 집중 수사했다는 건) 김 전 회장의 거짓말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A변호사는 지난 16일에 이어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술자리에 합석한 사람들은 검찰 출신 변호사로 검찰에 다 설명했다. 김 전 회장에게 현직 검사를 소개해 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를 미리 소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팀이 꾸려지기도 전인데, 어떻게 수사팀 검사를 미리 소개해 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A변호사는 “김 전 회장 관련 사건은 모두 선임 계약서를 작성했고, 수임료도 신고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A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데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수사 방향으로는 선처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거나, 현 정권의 검찰개혁 추진 국면을 활용하려 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마치 내가 계속 폭로를 할 것처럼 나오는데, 그러한 생각을 밝힌 바 없다”며 “지금 진행 중인 감찰 내지 수사 등을 통해 절차에 맞게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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