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환매중단의 배후로 지목돼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펀드 판매 재개 청탁을 위해 우리은행 고위층에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라임 사태의 불똥이 또 다시 우리은행으로 번지고 있다. 은행 측이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이 사안을 수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문건에서 “라임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 대한 로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즉각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에게 로비했다고 적시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며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19곳 중 판매액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우리은행은 당시 라임의 환매중단 펀드 가운데 플루토 FI D-1호는 35개 자펀드 형태로 2,880억원,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는 7개 자펀드 형태로 697억원 등 총 3,577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는 부실 판매로 문제가 된 신한금융투자(2,542억원)보다도 많다. 판매 기간은 2019년 2~4월에 집중됐다. 이후 라임펀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4월말부터는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올 초 라임펀드 부실 판매 경위를 조사하던 검찰은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한 뒤, 은행 측이 라임펀드 부실로 고객에게 투자금의 30%를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내부 보고서를 지난해 3월 작성했지만 한 달 넘게 판매를 이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올해 안에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런 '부실 판매' 논란에 이어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상당히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화살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향하고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우리은행 측에 로비를 했다는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작년 4월 이후로 추정된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던 시기다. 은행 사모펀드의 경우 WM(자산관리)그룹에서 주로 담당하는 만큼, 김 전 회장이 언급한 ‘부행장’은 WM부행장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 측은 언급할 필요도 없는 허위라고 맞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회장 및 부행장에게) 전화나 로비를 부탁하는 연락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작년 4월말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라임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이후 전혀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다. 설령 로비가 있었다 해도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않은 것이다.
공은 검찰에 넘어간 상태다.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출신 야당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고, 김 전 회장도 이날 추가 입장문을 내고 “(은행 로비 관련) 사건 진위 여부는 지금 진행 중인 감찰 내지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