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외교'로까지 번지는 美中 갈등

입력
2020.10.18 16:40
6월 인민해방군 탕쥐안 연구원 사건 이후 위협 
WSJ "미중 갈등 고조 속 양국 인질외교 노골화"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과학자들을 잇따라 기소하자 중국이 상응 조치로 자국 내 미국인 구금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물밑에서 이뤄지던 이른바 '인질외교'가 미중관계 악화로 노골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에서 자국 연구원과 과학자가 잇따라 기소되자 주중 미국대사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 내 미국인들을 구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비자 부정 취득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은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방문연구원 탕쥐안(唐娟)이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총영사관에 피신하면서부터 이 같은 경고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FBI는 탕이 미국 입국 금지 대상인 인민해방군 소속임을 밝히지 않은 채 비자를 발급받았다며 그를 체포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7월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하면서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 행위'를 이유로 내세웠다.

WSJ은 중국의 최근 경고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외국인을 근거 없이 또는 외교적 보복 목적으로 종종 체포해 왔다"면서 "워싱턴 정가에선 이를 '인질외교'로 부른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전직 외교관을 포함한 캐나다 시민 2명이 중국에서 스파이 활동 혐의로 기소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2018년 12월 캐나다가 미 정부 요청으로 정보기술(IT)업체 화웨이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를 체포하자 자국 내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혐의로 억류ㆍ기소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캐나다에 보복했다는 해석이 나왔고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미 국무부는 중국 정부의 '위협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일단 자국민에게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외국 정부에 대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나라 시민권자를 억류할 수 있다"고 해당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인 구금 조치까지 들먹이며 미국을 압박하는 건 미중관계가 그만큼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연구원은 "그간 외교적 분쟁을 막고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비자 사기 등과 관련한 문제를 비공개로 처리하던 미 법무부가 최근에는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관 중 하나인 인민해방군을 전면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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