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검찰 출신 A변호사, 강기정 잡아달라 협박했다"

입력
2020.10.16 19:22
A변호사 "사실과 달라... 강기정 얘기 한 적 없어"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찰 출신 변호사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임 사태에 연관돼 있다는 진술을 해달라"고 협박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A변호사를 지난해 6월 선임했고, 한 달 뒤 A변호사와 검사 3명에게 1,000만원에 상당하는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접대한 검사 중 1명은 이후 서울남부지검 내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올해 5월 자신이 조사받는 수원지검으로 A변호사가 찾아와 강 전 수석과 여당 정치인들과 관련해 특정 방향으로 진술하도록 자신을 압박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나와 면담할 때는 '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 끝냈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적 수석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 보고 후 조사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조하지 않으면 사건 공소금액을 엄청 키워서 구형을 20~30년 준다고 협박했고, 청와대 친구 사건도 본인(A변호사) 요청으로 수사팀에서 축소시켜 주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이후 남부지검이 정치인 관련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도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정치인 사건을 조사할 당시 5년 전 사건이라 기억을 잘 못하는 부분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면담과 보고, 진술 유도를 반복했다"며 "가령 (정치인에게 준) 양복 비용이 250만원이라 하면 '금액이 너무 작아 안 된다. 1,0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도 로비를 했고 이를 검찰에도 진술했지만,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만 진행됐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 폭로의 핵심 인물인 A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의 말이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당시 술자리에는 현직 검사가 아니라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있었다"며 "강기정 수석, 기동민 의원, 윤석열 총장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폭로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이라며 "현직 검사 및 수사관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사실로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위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강 전 수석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지난 8일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재판에서 '강기정 전 정무수석에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후 "사회적 파문이 인 것을 보고 정확한 증언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