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송현동 되나...과천시, 정부의 아파트 공급 원천봉쇄

입력
2020.10.15 16:31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도시공원화 추진
현재 공공청사 부지로 돼 있지만 중복 지정 가능
서울시 처럼 송현동부지에 권한 행사하겠다는 것

경기 과천시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토지의 목적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정이 확정되면 과천시의 허가 없이 아파트 등이 들어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에 대해 서울시가 공원화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아파트를 짓지 못하도록 자치단체 장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15일 시에 따르면 시는 정부과천청사 유휴지의 주택공급계획 철회 관철을 위해 유휴부지인 중앙동 5번지와 6번지 등 2곳(8만9,000㎡)을 도시계획상 공공청사와 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해당 부지는 도시관리계획상 공공청사 용지로만 지정돼 있다. 여기에 도시공원으로 중복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설의 목적, 이용자의 편의성 및 도심활성화 등을 고려해 도시공원으로 중복, 지정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당 부지의 소유주인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이를 매각, 자금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공원화 방침을 세우면서 양측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도시공원으로 지정함에 따라 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돼 대한항공 측은 해당 부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도시공원 중복 지정을 위해 지난 9월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2억7,000만원의 용역비를 세웠으며, 내년 4월 용역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과천청사 유휴지는 그동안 시민들이 공원으로 이용해 왔다”며 “주택공급 철회를 염원하는 시민의 바람을 담아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지를 시민을 위한 도시공원으로 중복지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4일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부지에 4,000가구 등 수도권에 총 12만2,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과천시는 물론 시민들까지 나서 주택공급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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