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방해' 기자 신상 공개했다 역공 당한 秋…"도 넘었다"

입력
2020.10.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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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자택 앞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의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출근을 방해했다"고 비판한 행위를 두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과도한 취재였다는 취지이지만, 되레 기자 신상 공개로 지지자들의 '좌표찍기'식 공격을 초래했으며 공직자로서 정당한 언론 활동을 막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15일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늘 아침 아파트 현관 앞에 뉴시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며 자택 앞 차 안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기자의 전신 및 반신 사진 2장을 게재했다. 추 장관은 해당 글에 "(기자가) 출근을 방해하므로 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며 일을 봐야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 9개월 간 언론은 아무데서나 저의 전신을 촬영했다"며 "마치 흉악범을 대하듯 앞뒤 안 맞는 질문도 퍼부었다"고 덧붙였다.

사적 공간인 아파트까지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의 행위는 공직자의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공직자인 법무부 장관의 동선은 취재 범위에 포함되고, 출근길 역시 공적 업무 영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경우 퇴근 길 마트에 가서 장 보는 사진을 찍히고도 취재 행위 자체를 논란 거리로 삼지 않았다"며 "산업재해 여부를 따질 때도 통상 출근길부터를 업무 영역으로 보는데, 공직자인 장관으로서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무리하게 해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자의 얼굴ㆍ소속 언론사를 그대로 노출하며 이른바 좌표를 찍고,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비난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추 장관은 당초 기자의 얼굴이 보이도록 게시물을 올렸다가, 얼마 뒤 얼굴만 모자이크 해 수정 게시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진 원본과 기자의 실명 등이 확산되고, 욕설이 뒤섞인 댓글이 잇따라 달리고 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추 장관이 해당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6일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자기 정치에 집착하는 추 장관의 행보가 소모적 논쟁을 불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거시적 가치와 정책을 두고 다투는 정치 자체가 실종되다 보니 언론의 취재 관행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 알 권리의 영역에 속하는 장관의 행적을 사적인 것으로 정의하고 취재 행위를 문제 삼아 논쟁을 키우는 것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신지후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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