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세계 두번째 12세 미만 안락사 합법화

입력
2020.10.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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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질병, 최소 의사 2명 승인 조건
年 5~10명, 2014년 벨기에 첫 허용

네덜란드가 안락사 대상 범위를 12세 미만 불치병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지 18년 만이다.

14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이날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1~12세 아동에 대해 안락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세부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기본 전제는 성인 안락사법과 동일하다. 환자가 ‘개선될 가망이 없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하고 담당의, 전문의 등 최소 2명의 의사가 승인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네덜란드 의료계는 지난해부터 “안락사가 불가능한 ‘회색지대’에 놓인 어린이 말기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대상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에 휴고 데 종 네덜란드 보건장관은 보건ㆍ법률 전문가들과 관련 규정 마련에 나섰다. 어린이 안락사는 현행법 개정 없이 의사들이 아동을 상대로 안락사를 시행할 경우 기소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연간 5~10 명 정도의 어린이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미성년자 안락사의 경우 12세 이상이거나 부모의 동의를 받은 1세 이하의 신생아에게만 허용된다. 12~16세 청소년들은 부모나 법적 보호자의 동의 하에 가능하며, 16세 이상은 부모 동의는 필요하지 않지만 안락사 희망 사실을 보호자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1세 이하 영아는 의사의 동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해 기준 6,351건의 안락사 시행됐으며, 전체 사망자의 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월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치매 환자에게도 환자가 사전에 동의한 문서에 따라 안락사 시행을 허용하는 등 대상을 꾸준히 넓혀가는 중이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는 벨기에다. 벨기에는 2014년 말기 질환과 큰 고통을 겪는 환자에 한해 나이에 관계없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미성년 안락사는 2016년 이뤄졌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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