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돌봄의 시행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온종일 돌봄정책' 법안을 둘러싸고 교사들과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곳이지 돌봄을 위한 곳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교원단체와 “교육은 돌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교육공무직 단체의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그동안 교육부ㆍ보건복지부ㆍ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별로 분절돼 시행해온 돌봄사업을 교육부 장관 총괄로 체계화하려는 교육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에서 열린 ‘학교돌봄 지자체 민간위탁 논란의 이해와 돌봄 파업 요구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돌봄전담사들이 소속된 교육공무직 노조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종일돌봄체계 관련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학교와 교육청의 초등돌봄 책임을 지자체로 이관하고, 결국 공적돌봄의 영리화를 허용하는 길을 연 법안”이라며 “초등돌봄의 실행주체인 돌봄전담사의 목소리는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의원 법안 중 공통적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온종일 돌봄을 지원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한다’는 조항이다. 교육공무직 노조는 “초등돌봄의 70%를 담당하는 시도교육청의 책임도 함께 규정돼야 함에도 시행계획 수립주체에서 학교와 교육감은 빠졌다”며 “시도교육청은 지자체의 수동적인 협의대상에 불과해 결국 지자체로의 초등돌봄을 이관하는데 발판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자체장의 돌봄 시행계획 수립에 찬성하는 교원단체는 수립계획도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교육과 돌봄은 다른 만큼 돌봄 수립계획의 주체는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돼야 한다”며 “의원법안에서도 돌봄계획의 운영 주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 가운데 온종일 돌봄 시설의 설치, 운영자가 ‘시설 및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는 점에 대해 교육공무직 노조는 “공적 돌봄을 확립하고자 한다면 초등돌봄 시설 운영자도 공적 주체여야 하는데, 법안에서는 민간 업체도 진입이 가능하게 돼 있다”며 “또한 법안에서는 시설을 무상으로 대부해 수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민간의 진입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운영시설 운영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가 공공 돌봄을 떠안게 되면 결국 민간위탁이 자리잡아 교육의 공공성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돌봄전담사들은 상시전일제 도입 등 처우개선도 요구했다. 이들은 “돌봄전담사 1만3,000여명 중 82%가 아이들이 교실에 있는 4~6시간만 근무하는 단시간 고용인력”이라며 “행정업무를 할 시간이 없으니 이를 담당하는 정교사들과 갈등이 심각한데다 방학 중에는 임시고용방식을 적용하는 등 땜질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 노조는 “온종일 돌봄법안 철회와 상시전일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1월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자체장이 시행계획을 수립해도 돌봄전담사들의 교육공무직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종일 돌봄 계획의 수립 주체는 교육부 장관이고, 지자체장이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지역 자원 활용에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라며, 초등돌봄의 민간 위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무상 임대 규정은 모든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법안에 있다”고 반박했다.
돌봄전담사들의 상시전일제 전환 요구에 교육부는 “전일제 전환은 교육감과의 교섭사안”이라면서도 “실제 돌봄전담사의 업무에 비해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두 의원안의 미비점을 보완한 정부안을 준비 중이지만 여전히 두 진영간 이견이 커 정부안 발의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