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시총 36.8배 커진 헬스케어… 세계에선 걸음마 수준

입력
2020.10.15 11:58
전경련, 지난 20년간 시총 100위 비금융사 변화 조사
헬스케어 업종, 기업수·시총서 비약적인 성장
세계 시장선 미·중·일 등 주요국에 한참 뒤떨어져

지난 20년간 코스피 상장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헬스케어 업체가 기업수와 시가총액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건설 등 전통 주력산업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00년 말, 2010년 말, 2020년 3분기 말(9월 29일 종가 기준) 등 10년 단위로 코스피 상장 시가총액 상위 100대 비금융사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15일 밝혔다.

먼저 100대 기업에 속한 업체 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2010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은 헬스케어였다. 2010년 2개사에 불과했던 이 업종은 2020년 12개로 늘었다. 정보기술(IT) 기업도 2010년 8개에서 올해 15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조선·기계·건설·운송 등 산업재 기업은 34개에서 23개로, 석유화학·철강 등 소재 기업은 21개에서 15개로 각각 3분의 1 가량이 줄었다.

시가총액에서도 헬스케어의 약진이 돋보였다. 헬스케어 업종은 올해 3분기 시가총액이 2010년 말 대비 36.8배 커진 117조9,000억원에 달했다. IT는 592조1,00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도 시가총액 합계가 244조7,000억원에 달해 가장 높았다. 반면 산업재 기업은 기업수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9개 업종 중 5위에 그쳤고, 시가총액은 2010년 말 161조9,000억원의 절반도 채 안 되는 65조4,000억원에 머물렀다.

이처럼 국내에서 헬스케어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분기 말 전 세계 헬스케어 업종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S&P 캐피탈 IQ 기준) 중에서 국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51위), 셀트리온(65위) 2개사에 불과했다. 미국은 51개사가 포함돼 가장 많았고, 중국(15개), 일본(11개)이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은 미국 4,625조원, 중국 555조원, 일본 495조원 등으로 80조원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각각 58배, 7배, 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이 바이오·제약 산업의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 기대감이 큰 만큼, 헬스케어 업종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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