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 낙연'이 'TF 낙연'으로... 50일 만에 11개 띄웠다

입력
2020.10.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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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머릿속에 TF 점검 리스트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한 얘기다. 이 대표는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오전 8시30분에 진행하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마다 당내 태스크포스(TF)별 이슈 진척 상황을 점검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TF를 이끄는 인사들은 회의 시작 전에 단단히 긴장한다.

취임 50일(17일)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의 별명이 최근 'TF 낙연'으로 바뀌었다. 취임 초기엔 현안마다 신중한 입장을 보여 '엄중 낙연'으로 불렸다. 이 대표 체제 출범 후 생긴 TF는 15일까지 총 11개다. 평균 5일에 한번 꼴로 TF를 출범시킨 셈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에게 '권력기관 개혁 TF'를 맡긴 것을 포함해 최고위원 7명 모두에게 TF단장직을 하나씩 줬다. △사회적참사대책TF △공정경제3법TF △필수노동자TF △한반도TF 등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TF도 곧 출범한다.

이 대표는 15일 출범한 '한반도 TF'를 비롯한 대부분의 TF 회의에 직접 참석해 활동을 격려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며칠 지나고 나면 활동 상황을 반드시 체크한다고 한다.

정당 대표들이 취임 직후 야심차게 TF를 발족시키곤 하지만,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 대표의 TF는 다를 것"이라고 민주당 의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행정 경험이 많은 이 대표는 정당이 메시지만 냈을 때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며 "TF라는 추진체를 통해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지사, 국무총리를 지낸 이 대표의 ‘행정가형 리더십’이 ‘TF 정치’에 구현됐다는 의미다.

TF를 이 대표의 대선 준비와 연결짓는 시선도 있다. TF가 '이낙연 대선 캠프'의 뼈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가 손수 만든 TF가 결국 대선 조직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조소진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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