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만 59개... 도쿄 지하에 '파르테논 신전' 들어선 이유

입력
2020.10.15 19:00
지하 22m 깊이에 '수도권외곽방수로'
500t 무게 기둥 59개 늘어서 지하 신전 연상
일부 시설 무료 견학 가능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에는 암흑 세계나 좀비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시설이 있다. 지하 22m 깊이에 거대한 기둥이 늘어서 있어 '지하의 파르테논 신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시설은 태풍과 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된 '수도권외곽방수로'다. 1992년 착공해 2006년 6월 완공된 이 초대형 방수로는 장마와 폭풍, 태풍 등으로 인한 대형 홍수 피해로부터 도쿄 및 주변 지역을 보호하고 있다.




방수로의 전체 구조는 길이 6.3㎞에 직경 30m, 깊이 70m의 거대한 지하 운하와, 높이 18m, 무게 500t에 달하는 기둥 59개가 떠받치는 구조의 대형 압력조절 수조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시설의 핵심인 초대형 수조는 축구장 2개 크기에 18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탱크 수위가 10m를 넘으면 초당 200t의 물이 보잉 737 항공기의 엔진과 맞먹는 출력의 펌프에 의해 인근 에도 강으로 배출된다. 1년에 약 7회 정도 가동되는 것이 보통이나, 유난히 긴 장마가 이어진 올해는 9월에 이미 7번째 가동을 마쳤다.

일본 재난관리 당국은 재해관리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기간 일부 시설을 공개하고 있다. 무료 견학이 가능하고, 영화 및 광고,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끈다. 투어 소요시간은 1일 1시간 30분이며 25명으로 제한된다.

오사카에서도 이와 비슷한 홍수시설이 204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등 홍수 방지 시설을 계속 확충하고는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엄청난 자연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대책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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