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둔 MBN이 벼랑 끝에 몰렸다. 심사를 한번 받아보기도 전에 경영진의 자본금 편법 충당으로, 최악의 경우 승인 취소까지 점쳐지면서다. 지난 4월 가까스로 '조건부' 재승인 받으면서 3년의 시간을 번 TV조선도 승인 취소 위기에 처했다. 방송계가 한바탕 요동치는 가운데 종편 개편의 분수령이 될까 관심이 쏠린다. 칼자루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쥐고 있다.
11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MBN은 재심사에 앞서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기다리는 처지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아들인 장승준ㆍ 류호길 MBN 공동대표 등이 지난 7월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위반으로 1심 유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최소 납입자본금 3,000억원을 맞추기 위해 600억원을 대출 받아 임직원 명의로 회사 지분을 차명 매입하고,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가 분식회계 등 허위 및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ㆍ승인을 받았다면 방통위는 승인 취소부터 6개월 이내 업무 정지 또는 광고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2004년 iTV 경인방송이 재허가가 취소된 사례다.
방통위는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 이달 12일 MBN 경영진을 불러 청문을 진행했다. 청문보고서가 제출되면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의 합의 하에 의결된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최소한 6개월 간 업무 정지(방송 중단) 이상의 중징계가 유력해 보인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방송사 승인 시 불법 행위가 있었고 이게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취소할 만한 분명한 사유라면 원칙대로 승인 취소를 해야 한다"며 "승인 취소가 어렵다면 최소한 불법 행위의 당사자는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대주주 교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인 취소만은 막아보고자 MBN 노조 역시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한 상임위원은 "이달 안으로는 결정이 될 것"이라며 "청문보고서도 아직 올라오지 않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짐작해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승인 취소 결정이 나도 MBN이 바로 문을 닫는 건 아니다. 방송법에 따라 최대 1년까지 방송을 계속할 수 있다.
2014년과 2017년 그리고 올해 세 차례나 조건부 재승인으로 기사회생한 TV조선도 다시 위기다. 방통위가 재승인을 내주는 대신 조건으로 내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법정제재 연간 5건 이하' 위반을 눈앞에 둔 탓이다.
2017년 당시 기준점에도 못미쳤지만 방통위가 조건부 재승인을 내주면서 '봐주기' 논란이 거셌던 TV조선은 이번에도 11개 조건을 단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TV조선은 지난 4월 개국 이래 세 번째 재심사에서 총점 653.39점으로 커트라인(650점)은 가까스로 넘겼지만 중점 심사사항(방송의 공적 책임ㆍ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ㆍ사회ㆍ문화적 필요성)에서는 과락했다. 이로 인한 재승인 거부도 가능하지만 방통위는 이번에도 조건을 건 재승인을 해줬다. 그 중 하나가 방송 심의 관련 규정 위반 정도가 중대할 경우 내려지는 방심위 법정제재를 연간 5건 이하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를 어길 시 재승인 취소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헌데 TV조선은 '보도본부 핫라인'과 'TV조선 뉴스9', '뉴스 퍼레이드', '뉴스특보'가 10월 현재 이미 5건의 법정제재('주의')를 받았고, 지난 7일 방송심의소위에서 또 1건이 법정제재 의결됐다. 26일 전체회의에서 이 제재가 확정되면 재승인 조건을 넘기게 된다. TV조선은 이중 3건에 대해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다만 행정소송이 걸린 건의 경우 최종 판결이 나와야 법정제재로 잡힌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정제재 조건 위반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승인 취소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TV조선의 행정소송은 재승인 조건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지나치게 TV조선을 봐준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TV조선은 채널의 공정성, 특히 뉴스 부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너무 많아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음에도 1년도 안 돼 그 조건을 못 지키고 있다"며 "승인 취소도 가능한 사안"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