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연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또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인 인도ㆍ태평양 구상 참여 필요성,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제52차 SCM을 갖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ㆍ미는 공동의 방어를 위한 비용을 조금 더 공평한 방법으로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부담이 가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다른 동맹뿐만 아니라 한국도 집단 안보를 위해 조금 더 공헌해야 한다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ㆍ미는 2020년 방위비를 결정하기 위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진행했으나 인상 폭을 두고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2019년에 비해 13%를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고 잠정 합의에 이르렀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결렬됐다. 에스퍼 장관도 지난 4월 “한국은 부자 나라이니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양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지역과 세계의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북한 핵ㆍ미사일) 억지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인도태평양 전략도 언급했다. 그는 “해적 퇴치 작전, 안정화, 재건 노력, 지역 안보 협력,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 구제 같은 활동을 통해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도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 두 나라는 함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ㆍ미ㆍ일 안보협력도 강조했다.
서 장관은 한미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애초 SCM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SCM 직전 에스퍼 장관이 미국 측 사정을 이유로 회견 취소를 요청하며 양해를 구했다. 한국 측도 이에 동의해 모두발언이 대신 공개됐다.
앞서 서 장관은 이날 오전 에스퍼 장관과 함께 6ㆍ25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 행사를 가졌고, 미 국방부 포로ㆍ실종자확인국(DPAA) 켈리 맥키그 국장에게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