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본격 시동을 걸고 나섰다. 옵티머스 측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된 전직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특수통’을 중심으로 검사 9명을 추가 투입해 수사팀도 대폭 확대키로 결정한 것이다. 최근 옵티머스와 금융당국ㆍ금융권 간 유착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그동안 펀드 사기 범행에 초점을 맞췄던 옵티머스 수사가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전날 윤모(61) 전 금감원 국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뒤,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윤 전 국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의 금품 로비 대상자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김재현(50ㆍ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2018년 상반기쯤 금감원 현직 국장급이던 윤씨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옵티머스 관계자의 주선으로 윤씨를 만났고,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등 금융권 인사들을 소개받은 후에 돈을 줬다는 취지였다. 윤 전 국장은 그러나 전날 검찰 조사에서 “김 대표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윤 전 국장이 옵티머스와 은행권 간 ‘징검다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 출신인 그는 금감원 합류 이후 주로 은행 관련 업무를 맡았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윤 전 국장에 대해 “과거부터 금융권 인맥을 활용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의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수년 전 ‘금감원 징계수위 완화’(2,000만원) 및 금융기관 대출알선(1,000만원)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지난해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은 하나은행 수탁영업부의 A 팀장도 피의자로 입건, ‘감시 소홀’ 등 위법 행위를 했는지 확인 중이다. A 팀장은 김 대표가 펀드명세서 등의 위조 사실을 처음 시인했던 지난 6월 16일, 옵티머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와 1시간 동안 일대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와 관련, A 팀장의 묵인이나 방조, 공모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펀드 설정 경위도 조사 대상이다. 지난해 6월 11일 김 대표가 본사를 방문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 그 자리에서 펀드 설정 승낙을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NH 측은 “그 이전에 세 차례에 걸쳐 상품 소개나 논의, 상품제안서 검토 등의 절차가 있었고, 최종 판매 승인 및 설정은 6월 13일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옵티머스 최대 주주였던 양호(77) 전 나라은행장의 행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날 금감원 국정감사에선 양 전 행장이 2017년 비서에게 “(옵티머스) 김 대표의 차량번호를 보내 달라. 다음주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을 해 준다고 했다”고 말한 내용 등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헌재 전 부총리와의 친분을 비롯, 폭넓은 관계ㆍ금융계 인맥을 갖고 있는 양 전 행장은 김 대표의 로비 의혹 규명에 있어 핵심 인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