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 수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여권을 향한 진 전 교수의 비판이 점점 거세지면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174석의 거대 여당이 껄끄러운 정치 평론가이자 학자를 향해 포화를 쏟아붓는 행위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별 의원과 일반 당원을 통해 간헐적으로 이뤄졌던 진 전 교수 비판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까지 확대됐다. 박진영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써 주고 매일매일 포털의 메인 뉴스에 랭킹되고 하니 살맛 나지요?"라며 "그 살맛나는 세상이 언제까지 갈 것 같나"고 진 전 교수를 직격했다.
논평이라는 형식뿐 아니라, '어느 편에 설지 명확히 하라'는 직설적 내용도 입길에 올랐다. 박 상근부대변인은 "과대 포장된 진 전 교수의 함량에 싫증낼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그때는 어느 세력의 품으로 둥지를 트시겠냐"며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하라"고 했다. 중국 후한말 인물인 '예형'은 소속을 옮겨가며 조조와 유표 등을 비판 하다가 끝내 처형을 당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14일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아예 목줄을 끊어놓겠다는 협박의 중의적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진 전 교수의 독설에 한 동안은 여권 지지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맞비난을 퍼붓는 정도였다. 최근엔 민주당 의원들이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참전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진 전 교수가 자신을 '조국 똘마니'라고 명예훼손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대응이 거세지는 것은 '보수의 초대형 스피커'가 된 진 전 교수의 비판이 '세력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 전 교수는 최근 서민 단국대 교수, 김경률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 강양구 기자 등과 '조국 흑서'로 통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을 냈다.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2022년 대선까지 앞둔 민주당 입장에서는 '反민주당' 세력이 확산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에도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은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역풍이 거세자 이를 취하했다. 때문에 비슷한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배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은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논평가에 대해서 이렇게 평하는 게 썩 바람직스럽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