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대급' 역전극 꿈이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대선이 불과 3주 남은 시점의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17%포인트까지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대선 레이스 돌입 이후 최대 격차다. 게다가 치적으로 자평해온 경제분야에서도 바이든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가디언은 8~12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2,003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40%, 57%로 두 후보 간 격차가 17%포인트였다고 13일 보도했다. 올해 대선 경쟁이 본격화한 이후 진행된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차이가 컸던 이달 초 미 CNN방송 조사(16%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한때 4~5%포인트까지 간극이 좁혀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다시 틈새가 벌어지는 추세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이반이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 중 12%가 바이든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 중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옮아간 비율이 단 2%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철회한 이유로는 62%(복수응답)가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꼽았고, 47%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정책에 있어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자부해온 경제분야에서도 민심을 잃고 있었다. 경제에 잘 대처할 인물로 바이든 후보(45%)가 트럼프 대통령(43%)을 앞지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을 감수한 채 경제 활성화에 '올인'했지만 냉정한 평가에 직면한 셈이다. 바이든 후보는 건강보험, 인종 문제, 일자리 등에서도 우위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부각시켜온 바이든 후보의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48% 대 44%로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가디언은 "1988년 대선에서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앞섰다가 막판 역전을 허용한 적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희망이 있는 듯 운을 뗐다. 하지만 곧바로 "당시 여론조사는 7월에 실시된 것이어서 부시 후보가 뒤집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가 일부 감지된다. 친(親)트럼프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팩)의 수석고문인 에드 롤린스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끔찍하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엉망이 된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승복 여부다. 가디언 조사에선 응답자의 절반이 "바이든 후보가 압승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66%는 "선거가 조작될 수 있다"고 답해 자칫 대선 이후 극심한 정치적ㆍ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