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미가 불허된 지 20여년 만이다. 국방 협력 및 무기 구매가 주요 의제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과의 방위 협력에 공을 들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14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장관은 15~19일 5일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초청 형식으로 미국을 찾는다. 국방장관 취임 후 약 1년 만이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프라보워 장관은 국민들이 수하르토 정권을 무너뜨린 '1998년 레포르마시(Reformasiㆍ개혁)' 당시 육군 전략사령관을 맡아 수많은 인권 유린과 실종 사건의 책임자로 거론돼 미국 입국이 금지된 바 있다.
프라보워 장관은 자신이 총재로 있는 그린드라당에 "미국은 중요한 나라"라며 "(미국의) 초대를 받았고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분쟁 등 중국과 갈등을 빚는 동남아시아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미국이 프라보워 장관의 입국 금지를 풀어주면서까지 먼저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를 전격 방문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행보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논의는 무기 구매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공군은 이미 F-16 전투기 2대를 사겠다고 밝힌 바 있고, F-35 라이트닝II 스텔스 전투기 구매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2018년 러시아와 계약을 했으나 미국의 제재(CAATSA)로 인도받지 못한 수호이 전투기 문제도 협의 대상이다.
남중국해 남쪽 끝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북나투나해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과 지난달 북나투나해를 침범한 중국에 항의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 등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인도네시아가 선뜻 미국 입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지 매체는 "두 암초 사이를 조심스럽게 운항해야 한다"는 하타 초대 부통령의 격언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