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폰의 새 시대가 열리는 날입니다."
14일 온라인에 공개된 아이폰 신제품 발표 행사에 나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G 통신이 지원되는 새 아이폰을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새로운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늘은 우리 모두가 기다려 온 날"이라며 "고성능 5G 네트워크와 칩셋, 강력한 카메라 등을 갖춘 아이폰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4가지의 아이폰12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작(아이폰11)에 비해 중저가 모델이 추가돼 △아이폰12미니(5.4인치) △아이폰12(6.1인치) △아이폰12프로(6.1인치) △아이폰12프로맥스(6.7인치)로 나뉜다. 기본 모델과 프로 모델의 차이는 카메라 성능으로, 기본형인 아이폰12와 미니에서는 듀얼 카메라가, 사진과 동영상 기능에 초점을 맞춘 프로와 프로맥스에서는 초광각·광각·망원의 3개 카메라 렌즈가 탑재됐다.
외관상 가장 큰 차이는 디자인이다. 애플은 아이폰5 이후 고수해 오던 둥근 디자인을 버리고 출시 당시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아이폰4의 '직각 디자인'으로 돌아갔다. 카이앤 드랜스 애플 부사장은 "아이폰12는 전작에 비해 두께가 11% 얇고 부피는 15% 작으며 무게는 16% 가볍다"면서 "더 작은 크기에 새 기술을 넣기 위해 기기를 안팎으로 재설계해야 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는 '스마트폰 역사상 가장 빠른 칩'이라 소개된 A14 바이오닉 칩이 탑재됐다. 스마트폰용 칩으로는 최초로 5나노미터 공정기술로 만든 A14 바이오닉은 타사 칩 대비 50% 빠른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속도를 지원한다. 연말 iOS를 통해 '리그오브레전드(LoL)' 모바일 버전 게임을 공개할 예정인 라이엇게임즈 측은 "A14 바이오닉의 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최고의 GPU 성능과 놀라운 초당 프레임 수 덕분에 세밀한 그래픽과 매끄러운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구성은 더 좋아졌다. 아이폰12에는 나노세라믹 크리스털을 적용한 '세라믹 실드'가 장착돼 실수로 떨어뜨리더라도 전작에 비해 쉽게 깨지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11에 비해 충격에 견디는 성능이 4배나 향상됐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1시간10분가량 진행된 발표에서 많은 시간을 5G의 특장점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쿡 CEO는 "4가지 모델 전체에서 5G 모드를 지원하며, 칩셋 설계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전 구간을 5G 사용에 최적화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애플의 5G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국 내 아이폰 점유율이 47%에 달하는 만큼, 아이폰의 5G 지원은 미국 내 5G 상용화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스 베스트버그 버라이즌 CEO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5G에 다소 회의적이었지만, 아이폰12와 함께 그 기다림은 끝이 났다"며 "이제 5G는 현실이 됐다"고 선언했다.
애플은 버라이즌과 손을 잡고 아이폰12로 밀리미터파(mmWave) 초광대역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밀리미터파는 24기가헤르츠(㎓) 이상의 고주파 대역을 의미하는데, 6㎓ 이하 대역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진정한 5G'라고 불린다. 다만 이는 미국에서만 지원돼 국내 출시되는 아이폰12에는 밀리미터파 수신 칩을 탑재하지 않는다. 3.5㎓ 대역에서 5G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에서는 아직 고주파 대역 5G가 상용화하지 않았다.
아이폰12에는 '스마트 데이터 모드'가 탑재된다. 굳이 5G 속도가 필요 없는 기능을 사용할 때는 자동으로 LTE로 전환해 배터리를 절약하고, 게임이나 동영상 다운로드 등 5G가 필요한 순간에는 빠르게 5G로 전환하도록 설정됐다. 애플 측은 "30개 이상 지역에서 100곳 이상 통신사와 5G 테스트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애플은 기존엔 기본으로 제공되던 충전용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아이폰12에선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가 이유다. 애플 측은 이날 발표에서 "세상엔 이미 20억 개가 넘는 애플 충전 어댑터가 보급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애플이 'USB-C타입 라이트닝 케이블'을 함께 탑재하면서 이는 사실상 핑곗거리로 전락했다. C타입 충전기는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11부터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난해 스마트폰을 바꾼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2만5,000원짜리 아이폰용 C타입 충전기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결국 환경 보호가 아닌 에어팟과 충전기 판매를 위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폰12 기본형과 프로의 경우 23일부터 시작되는 예약판매를 거쳐 30일부터 공식 판매된다. 미니와 프로맥스 모델은 내달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매번 미국에 비해 한 달가량 늦게 판매가 시작되던 것에 비하면 훨씬 빨라진 출시다. 5G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데다 애플이 국내 이통사와 5G 관련 협력을 계속해온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미니 95만원 △기본형 109만원 △프로 135만원 △프로맥스 14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