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찬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미 제약업체 일라이릴리(릴리)가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의 3상 임상시험 잠재적인 안전 우려로 중단됐다. 존슨앤존슨이 개발하던 백신 임상 중단 하루 만에 나온 발표다. 속도를 붙여 왔던 코로나19 의약품 개발이 잇따라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몰리 매컬리 릴리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독립위원회인 데이터안전모니터링위원회(DSMB)가 주의 차원에서 (임상) 등록 중단을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릴리는 이달 초 항체 치료제(LY-CoV555)를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항체치료제는 미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액티브(Activ)’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안전성과 효험을 검증하는 3단계 임상을 진행 중이었다. 빠른 백신 개발을 촉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워프스피드 작전’ 프로그램 지원도 받고 있다. 릴리 치료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군 병원 입원 당시 투여된 것과는 다르다. 그는 미 생명공학기업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REGN-COV2)를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안전 우려가 제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FDA가 지난해 릴리의 생산시설에서 심각한 품질관리상의 문제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뉴저지주(州) 소재 릴리 공장에 파견된 FDA 조사관들이 회사 측이 제조 공정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고, 품질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사실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FDA는 실사 후 해당 시설에 부적격 등급(OAI)도 부여했다. OAI는 당국의 규정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위반했다는 의미다.
릴리 측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삭제된 자료는 의약품 생산과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로이터는 “FDA의 실사 결과는 릴리의 항체치료제 긴급사용 승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