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돌입하는 현대차그룹…스마트 모빌리티 ‘게임체인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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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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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로 가동될 현대자동차그룹의 노선엔 적지 않은 변화가 점쳐진다. 당장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환에 가속도가 붙게 될 조짐이다. 50대 총수를 맞이한 그룹엔 조직문화 혁신과 더불어 인적 쇄신도 뒤따를 전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부진한 중국 시장 회복과 지배구조 개편, 전기차 리콜 문제 등을 포함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정 수석부회장의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모빌리티 부문의 확대가 눈에 들어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M.E.C.A(모빌리티ㆍ전동화ㆍ 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로 대표되는 미래차 분야 선도를 위해 2024년까지 5년 간 연구개발(R&D)에만 100조원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일단 모빌리티 서비스 핵심은 UAM(도심항공모빌리티)-Hub(모빌리티허브)-PBV(목적기반모빌리티) 중심의 솔루션 개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소비자가전박람회 ‘CES2020’에서 직접 이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UAM사업부도 신설한 상태다. 전동화도 기대되는 부문이다. 2025년 하이브리드(HEV) 13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6종, 전기차(EV) 23종, FCEV 2종 등 총 44개의 전동화차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계획을 구체화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출범하기도 했다. UAM의 경우엔 정 수석 부회장의 애착이 강한 분야다. UAM은 개인용비행체(PAV)를 타고 낮은 고도의 하늘길을 달리는 차세대 모빌리티로, 20년 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2조 달러)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정 수석 부회장 지시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입해 UAM 관련 R&D를 진행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본격적인 3세 경영으로 들어선 만큼, 그룹 내 세대교체도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총수에 오르면서 부친과 함께 그룹을 진두지휘했던 가신그룹의 용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현대차그룹의 인적 쇄신은 이미 진행돼왔다. 2018년 정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부친의 신임이 두터웠던 우유철 부회장은 퇴임했고 올해에는 김용환ㆍ윤여철 부회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이 계열사로 옮기고 보직 이동이나 퇴임하는 등 사실상 경영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조직쇄신에서도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자율복장은 물론 유연근무와 수시인사 및 상시 채용 등을 앞세워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에 힘써왔다.

하지만 새로운 총수를 맞이한 현대차의 앞길에도 걸림돌은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파생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4년전 현대차의 가장 큰 효자로 꼽혔던 중국 시장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리콜 사태까지 불러온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코나 EV)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대 자동차 기업으로 키웠다면 정 수석 부회장은 모빌리티 분야 선두기업로 올리기 위한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추진력을 만드는 등 모든 변화의 시작은 정 수석부회장이었던 만큼, 계속해서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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