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화재가 난 울산의 주상복합 아파트의 주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한밤 중 갑자기 일어난 건물 전면이 휩싸일 정도로 강한 화세(火勢)에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울산의 기적'은 소방관들의 투혼과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본 국민의 응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울산 삼환 아르누보 화재 피해자들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울산 삼환 아르누보 피해자 일동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화마가 아파트 전체를 감싸는 화재가 일어난 지 3일째, 이제야 조금은 마음을 진정시켜본다"며 당시 갑작스러운 화재와 맞닥뜨렸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갑작스런 화재 경보에 슬리퍼 혹은 맨발로 뛰쳐나왔다"면서 "아직도 망연자실하다"고 했다.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33층 1동, 127가구)에서는 8일 오후 11시7분쯤 불이 나 91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찰과상을 입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소방당국이 신속히 건물로 진입, 혼비백산한 입주민들을 대피시켰고 주민들도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움직인 덕이다. 건물 12층 발코니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불씨는 태풍의 영향으로 순식간에 전체 건물로 번졌다. 불은 발화 15시간 40분만인 9일 오후2시50분에 완전히 꺼졌다.
청원인은 "그러나 저희 입주민들은 여기서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며 "화마가 아파트 전체를 감싸던 때부터 살아있기를 염원하면서 기도해준 주변 이웃과 시민을 포함한 전국민의 마음이 우리를 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저희는 모든 것을 잃었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소중한 목숨은 건졌고 이 자리에 있습니다. 살아있는 그 자체를 행복으로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서로 보듬어 가며 부족한 생필품을 나누어 쓰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주는 마음을 느끼고 받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이전과는 다른, 마음에 잠재된 베푸는 마음을 서로 느끼면서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숨을 내어놓고 구조에 나선 소방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공무원, 경찰관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울산시민과 국민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인 이들은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감사의 마음밖에 드릴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입주민들은 직접 자신의 아파트 호수와 함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29층의 한 주민은 "지금도 주변에서 타는 냄새나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손발이 떨린다"라면서도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기에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이겨나가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을 구출하는 등 큰 인명 피해 없도록 이끈 소방대원을 향한 고마움의 목소리가 많았다. 18층 주민은 "딸 아이들의 생사를 모르는 상황에서 18층 수색을 부탁드렸더니 2번이나 수색하였다며 안심시켜주고 33층에서부터 무사히 아이들을 구출해주신 소방관님, 가족 모두 무사함은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12층 주민도 "급속한 화재로 번지면서 우왕좌왕할 때 소방관님들이 헌신적으로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며 올라가신 덕에 빨리 피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재민 임시숙소인 울산 스타즈호텔 3층 로비에 소방ㆍ경찰관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손편지를 붙인바 있다. 이날 청원에 올라온 글은 해당 손편지에서 일부 따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