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아동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된 적 없는 이 조항 때문에, 부모의 자녀 체벌이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13일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의결된 개정안을 16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징계는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훈육을 뜻하지는 않지만,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될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특히 올해 초 훈육을 이유로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징계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9세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놓고 숨지게 한 충남 천안시 계모 사건이나, 9세 여자아이가 상습학대를 참지 못하고 잠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온 경남 창녕군 사건의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훈육'을 핑계 삼았다.
징계권 조항에 포함된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이라는 표현도 삭제하기로 했는데, 보호자가 민법을 근거로 감화ㆍ교정기관에 위탁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민법과 가사소송법 조항들도 정비 또는 삭제된다.
국무회의는 이날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법률 공포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30일 미만 동안 구치하는 형벌)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임시조치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었다. 특정 장소뿐 아니라 특정 사람 근처에도 가지 못하도록 접근금지 범위를 넓혔고, 가정폭력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현장 대응 규정도 개선됐다. 개정안은 이달 20일 공포돼 3개월 후인 내년 1월 2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