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현금화 없다는 보증 없이 스가 방한 불가 의사 전달"

입력
2020.1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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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조건 제시
韓 '사법 판단 개입 불가'... 수용 가능성 낮아
"정상회의 참석 외교카드 활용은 모순" 비판


일본 정부가 올해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대한 수용 가능한 조치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

교도통신은 12일 복수의 한일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한일 간 최대 갈등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조치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의 입장은 스가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강제동원 배상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와 관련해 한국 측이 먼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의 방한은 없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적절한 대응이란 한국 법원이 압류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보증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현금화의 우려가 있는 한 스가 총리는 한국에 가지 않는다"며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연내 정상회의 개최 환경은 갖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간부는 지난달 말 기자단에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스가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보도는 일본 측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회담 후 취재진에게 "문 대통령에게 강제동원 문제를 비롯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관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전했다"며 "여러 문제에 관해 우리 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반해 향후 한국에 강력히 요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당시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본 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이전에 정상회의 참석을 외교카드로 활용하는 다른 나라의 수법을 비판해온 경위가 있다"며 "(이번) 대응은 모순된다는 인상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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