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사망하는 택배기사가 잇따르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앞으로 2주 동안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추석 직전, 정부의 중재로 분류 작업 중단을 철회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택배기사가 과로로 숨진 탓이다.
대책위는 이날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택배기사 김모(48)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2주간 김씨를 추모하며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겠다"며 "추모 기간 내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해당 기간 내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4,000~5,000명 정도가 토요일 배송 중단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소속 택배기사 김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쯤 배송 도중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쓰러진 뒤 사망했다. 김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기사로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개가 넘는 물품을 배송했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는 김씨를 포함해 올해만 8명이고, 이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다.
대책위는 택배업계와 정부가 분류 인력 투입이라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일하던 터미널은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40만원을 내게 했다"며 "고인은 아침 7시부터 출근해 분류 작업에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약속과 달리 현장에선 바뀐 게 없던 셈이다. 정부는 앞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 중단하겠다는 사실상 파업을 선언하자 택배업계와 논의, 하루에 1만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택배기사들은 이에 분류 작업 중단을 철회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현장 점검에 나서며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