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대책위 ‘유일호 카드’ 무산…'김종인호' 흔들린다

입력
2020.10.12 19:30
영남 3선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 임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룰 등을 논의할 선거대책위 위원장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려다 무산됐다. 대책위를 조기에 띄워 서울ㆍ부산시장 선거를 ‘야당의 판’으로 만들겠다던 전략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은 것이다. ‘보궐선거 승리’가 지상 과제인 김종인 비대위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초 유 전 부총리는 이날 출범 예정인 4ㆍ7 재보궐선거대책위 위원장에 내정된 상태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주 유 전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 전 부총리는 서울 송파을에서 18, 19대 의원을 지낸 인사다. 그런데 이날 오전 갑자기 김 위원장 측에서 내정 철회를 결정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유 전 부총리가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에게 비공식적으로 항의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지낸 친박근혜계 인사라, 특히 비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구성을 보류한 비대위는 오후 긴급 회의를 열어 위원장에 영남 3선인 김상훈 의원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 명칭도 경선준비위로 바꿨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경선준비위는 일단 재보궐 선거 후보선정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현재 당헌당규상에 규정돼있는 경선 규칙에 대해 재검토하는 역할을 최우선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직접 인선을 추진한 인사 대신 당의 주류인 대구ㆍ경북 의원이 위원장직을 가져간 결과가 되면서, 당 안팎에선 비대위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선준비위원은 “인선부터 비대위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 세력이 없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낸 모습”이라고도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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