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전원 탈락시킨 뒤…명문대 음대 20대 교수 특채 논란

입력
2020.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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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채용 지원자 전원 탈락시킨 뒤 특채
전직 음대학장이 당시 학과장 검찰 고발
"특정인 채용 위해 요건 바꿔 절차 위반" 
채용 주도 교수와 대학 측은  “문제 없다"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학이 20대 연주자를 음악대 교수로 특별채용한 것을 두고 전ㆍ현직 교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공정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반 교수채용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전원 탈락한 뒤 실시된 특별채용에서 20대 지원자가 파격적으로 임용되자, 학교 안팎으로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A대학은 지난해 4월 단과대인 음악대학에서 전임교원 초빙공고를 냈다. 자격요건에는 ‘해당 전공분야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서 강의 경력 4년 이상’이라는 항목이 포함됐다. 일반공채에는 24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2주 뒤 열린 일반공채 심사위원회에선 지원자들에 대한 심사가 아닌 특별채용 전환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대학교 ○○○과 교수회의실 녹취록’을 보면, 당시 학과장이던 B교수는 일반공채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심사위원 6명이 모인 자리에서 “다른 단과(대학)들도 아주 심하게 스카우트를 해온 것”이라며 특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채에서 특채로 가려면 오디션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공채 과정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특별공채 이야기가 화두로 나온 것이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채용과정을 조율하는 듯한 정황도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만약 마음에 딴 사람이 있으면 아예 (일반공채 면접에) 안 올리는 게 (지원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B교수는 같은 달 음대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 주자 혹은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수준급 연주자들 중 대학(원)에 출강하지 않아 지원자격 요건에 못 미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뛰어난 사람을 놓칠까 우려된다”면서 이미 학과 내 6명의 교수가 자격요건 수정에 동의해 특채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얼마 뒤 공채 지원자 24명은 서류전형에 해당하는 1단계 심사에서 전원 탈락했다. A대학은 이후 강의경력 요건이 삭제된 특별채용 공고를 냈고, 외국에서 활약 중인 20대 지원자 C씨가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이 대학 전직 음악대학장이 채용절차를 문제 삼아 특별채용을 주도한 B교수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음대 학장을 지낸 최모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반채용을 위한) 초빙 공고가 공지되기 전부터 C씨에게 (응모) 의향을 미리 타진했고 (심사위원 중 일부가) C씨와 매우 친밀한 관계였지만, C씨가 강의경력에 있어 자격에 미달해 지원하지 못하자 공채 지원자를 서류 심사에서 부적합으로 탈락시키고 C씨를 특별채용했다”며 B교수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최 교수는 “C씨에 대한 특채 과정에서 심사위원 7명 중 3명은 해외체류 중이어서 면접을 진행하기 어려웠고, 화상면접으로 진행했다는 증거도 남아있지 않다”며 “심사위원 보고서를 교수들이 직접 작성하지 않고 조교가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씨 채용을 주도한 B교수는 채용절차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B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는 한 사람이 채용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공채의 특채 전환은) 교무처와 굉장히 투명하게 진행이 됐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학 측도 “일반채용에서 특별채용으로의 전환은 규정에 맞게 처리 및 승인했고, 일반채용 지원자가 서류에서 전원 탈락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기에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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