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연일 전방위로 뛰고 있다. 12일엔 '특별회의'를 열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유 본부장 당선을 위한 총리 외교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전직 총리로서 외교적 역할을 해달라'고 청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유 본부장 선거 지원 회의가 오늘 오전 1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유명희 본부장을 비롯, 정 총리, 강경화 외교부ㆍ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정부에서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자리하는 등 '대형 회의'였다.
유 본부장은 '총력 지원'에 감사를 전하며 "10월 19~27일이 최종 라운드 기간이다. 남은 기간 집중적으로 지지 및 교섭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보고했다. 회의에서는 당선 전략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정세균 총리), "집중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강경화 장관), "다자무역을 보호할 후보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김현종 차장) 등 의견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이 WTO 개혁의 적임자임을 계속 강조해나가자"고 주문하며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특히 정 총리를 향해선 "총리 외교에 적극 나서달라"고 했고, 참석자들에게 "(이 대표에게) 총리 시절 방문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적 역할을 부탁 드리자
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 역시 친서 및 통화 등 정상 외교를 이어갈 방침이다. 강 대변인은 "회의 결론은 '가용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하되, 역할을 분담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전방위적 지원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를 회복할 큰 기회이기 때문이다.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선 현실적인 선택이자, 문 대통령의 신념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증대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유 본부장의 당선이 그 자체로 한국의 외교적 성과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유 본부장이 최종 결선까지 진출하며 '상승세'를 탄 만큼, 총력 지원을 통해 기세를 몰아가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정확히는 추격자의 위치"면서도 "미중 협상 경험, 통상 전문성 등 개인적 능력 외에 K-방역으로 높아진 국격 등이 유 본부장의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