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의대생들의 사과 한마디에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보게 해주고 정작 의사 수는 늘리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국가정책이란 말인가"라고 12일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생들의 사과가 재응시 여부를 가르는 '열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대생들이 아무리 석고대죄로 사과를 하더라도 그것이 국시의 전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및 정부, 국민 여론이 의대생들의 의사 국시 재응시 허용에 부정적인 가운데 여당 내 일부 의대생들이 직접 사과하면 관련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본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이다.
한의협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의사 정원 확대이지 의대생들의 뒤늦은 사과와 국시 재응시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한의협은 지난달 정부를 향해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이는 다만 "의사 수 증원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허용을 이야기해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의협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추진이 의사 국시 재응시의 전제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언뜻 한의협이 국시 재응시 기회를 얻지 못해 곤란한 의대생들에게 시험 기회를 주자며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대생들에게 시험 볼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의사들을 압박하고 나선 측면이 강하다. 그 동안 의협은 정부가 한의사들의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방침을 두고 강하게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한의사들을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아 한의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의협은 이날 성명에서 "양의계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의대생들의 사과가 아니라 의사 수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있음을 스스로 깨닫고, 정부와 국민의 뜻에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공공 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에 반대했던 의료계가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인하대 등 주요 대학 병원장들은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생들에게 국시 기회를 허락해달라"고 읍소했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사립대학교병원협회, 국립대학교병원협회 등도 '의사 국가고시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 선배들의 호소문'을 내고 재응시 기회를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이미 원서 접수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해줬다"며 '재응시 불허'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