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동남아시아 각국의 출산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싱가포르는 출산장려금을 추가 지급하는 반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출산 자제령을 내렸다.
12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1일생부터 2022년 9월 30일생까지 3,000싱가포르달러(250여만원)를 지급한다. 내년 4월부터 한번에 지급되는 코로나 출산 보조금은 기존 출산장려금(최대 850여만원)에 더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결혼과 출산, 육아가 쉽지 않은 이들을 국가가 아낌없이 돕겠다"고 밝혔다. 12개월 내 출산 부부에게 VIP멤버십 혜택 등 일부 기업도 동참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늦추려는 분위기다. 최근 싱가포르 국민 4,1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겠다고 답했다. 결혼 연기 응답은 향후 2년간이 가장 많았다. 출산을 연기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의 약 80%는 최대 2년간 아이를 낳지 않을 계획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경제 및 고용 악화, 의료시설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다만 현지에서 길일(吉日)로 불리는 이달 10일엔 800쌍이 결혼했다.
싱가포르는 올해 0~14세 인구비율이 12.3%로 합계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우리나라(12.5%)보다 낮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생각되는 평균 자녀 수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1.14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반면 합계출산율이 아시아 평균(2.1명)을 웃도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피임 캠페인, 출산 자제 등 산아제한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억7,000만 인구의 인도네시아는 37만~50만명이, 1억900만 인구의 필리핀은 21만4,000명가량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올해 더 태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가족계획조정국(BKKBN)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계획프로그램 시행 건수가 100만건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여성의 피임약 사용비율은 35~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도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건소를 방문하지 못한 가임기 여성 60만명이 피임약을 받지 못했다. 두 나라는 콘돔보다는 여성의 피임약 복용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