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충동을 느끼다 정부가 운영하는 자살예방상담전화에 연락했지만, 통화가 이뤄진 사람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가 너무 적어서다. 제대로 된 예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경험이 없는 직원을 상담사로 파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일 보건복지부의 ‘1393 상담전화 시간대별 응답률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는 정부가 적극적인 상담과 112, 119 등 응급서비스와 연계로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상담기관이다. 본인 또는 지인의 자살 충동에 대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공적 서비스다.
올해 8월까지 이 상담전화에는 하루 평균 11만8,000건이 걸려왔다. 하지만 응답된 전화는 4만3,200여건으로 응답률이 37%에 불과했다. 전화를 건 사람 10명 중 7명 가까이는 상담사와 연결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상담이 몰리는 심야 시간엔 응답률이 더 낮았다.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걸려오는 전화는 평균 7,103건으로 하루 중 가장 많았지만, 응답률은 27%(2,028건)에 그쳤다.
응답률이 턱없이 낮은 데에는 많은 상담에 비해 상담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8월 기준 상담사는 19명뿐이다. 이들은 4조 3교대 형식으로 근무해 매 시간 9명이 상담을 하는데, 시간 당 평균 4,900여통에 달하는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상담사 정원도 26명에 불과하고, 이마저 퇴사가 잦은 데다 신규 채용도 어려워 정원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상담전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담당 부처인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산하기관인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직원 11명을 1393 상담전화에 파견했다. 하지만 이 중 상담 업무를 담당해본 직원은 2명뿐이다. 나머지 9명은 자살예방 운영지원 및 자원봉사자 관리, 자살예방 응급실 지원사업, 자살사망자 데이터 관리 등 상담과 무관한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다. 특히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10주 동안 관련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이들은 단 3일간 약식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투입됐다.
복지부가 상담사를 급하게 파견한 배경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파견된 직원들에 따르면 중앙자살예방센터 등이 ‘파견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는데도 복지부가 ‘국감 때 1393 상담전화에 대한 문제점이 언급될 가능성이 높아 상부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껴 (인력 파견을) 지시했다’며 파견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파견을 원치 않는 한 직원은 “센터로 출근하지 않으면 근무지 이탈, 지시 불이행으로 해고 처리될 수 있고, 해고 되면 3년 동안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무섭지 않느냐”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을 피하기 위한 파견이 아니다”며 “1393 상담사들의 이직율이 높고 코로나19로 상담량도 폭증해 관리 방안을 계속 고민하다 파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살 예방 관련 공부를 했거나 상담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뽑은 것이며 급하게 투입해 교육을 오래 못 했다”며 “본인 의사와 달리 파견이 이뤄진 직원 2명은 복귀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8월부터 여러 의원실에서 1393 상담전화 응답률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복지부가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제보자들에 따르면 파견자들이 추석 후로 파견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국감 전에 가야 한다’며 급히 파견을 보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산하기관 직원 파견 외 상담 자원봉사자 모집, 연결이 되지 않는 전화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전화연결 체계 등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