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이 미국 하비상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2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하비상은 미국의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Harvey Kurtzman)의 이름에서 따온 상이다.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만화상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하비상 수상작은 지난 9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뉴욕 코믹콘에서 공식 발표됐다. 김 작가는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 트로피를 전달받고 온라인으로 열린 공식 축하연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김 작가는 “하비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다”며 “이번 수상으로 ‘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세계 모든 곳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돕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숨기고 싶은 내면의 고통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상에 공개한 이옥선 할머니와 성 노예로 살아야 했던 다른 여성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우리가 인류를 믿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풀은 가장 낮은 곳에 인권을 유린당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살아있는 증언을 토대로, 비극적 역사 속에서도 평화 운동가이자 인권 운동가로서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가진 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풀은 ‘2016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 ‘최고의 만화’, 영국 가디언지 ‘최고의 그래픽노블’,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 ‘심사위원 특별상’ 등 국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올해 이탈리아 트레비소 코믹북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해외 책’ 후보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풀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총 12개 언어로 해외 각국에서 출간돼 국내외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한편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김 작가의 만화 ‘기다림’은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데 이어 내년 프랑스어판과 영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