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 10월의 프랑스오픈도 문제 없었다

입력
2020.10.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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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신'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ㆍ2위)이 흙 위에서 다시 우뚝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연기되고 경기 환경이 달라졌지만, 나달은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3ㆍ세르비아)를 꺾고 프랑스오픈 우승컵을 거머쥐며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타이기록인 20번째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오픈(총상금 3,800만유로) 마지막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라이벌 조코비치를 3-0(6-0 6-2 7-5)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60만유로(약 21억7,000만원)다.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한 번의 세트도 내어주지 않으며 프랑스오픈 통산 13번째 우승이자 4연패를 달성했다.

클레이코트에서 유독 강해 '흙신'이라 불리는 나달이지만, 이번 대회 우승은 쉽지 않았다. 보통 클레이코트에선 잔디코트보다 공 속도가 느려지는데, 나달은 체력과 자신만의 강력한 포핸드로 상대보다 우위에 섰다. 여기에 6월에 열리는 프랑스오픈의 더운 날씨는 나달 공의 바운스를 높게 해 더 강하고 정확하게 공을 칠 수 있게 도왔었다. 2018년 나달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던 도미니크 팀(23ㆍ오스트리아)은 당시 "롤랑가로스의 환경이 그에게 꼭 맞는다"며 "게다가 롤랑가로스가 커서 베이스라인보다 훨씬 뒤에서 반격할 수 있는데, 이는 나달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프랑스오픈은 환경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대회가 다소 쌀쌀한 10월로 연기 됐기 때문. 게다가 코로나19 위험성 때문에 조코비치보다 출전 대회 수가 현저히 적었던 그로서는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없었다. 상대인 조코비치도 어쩌면 이번엔 조금이나마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나달 역시 "사실 최근까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달은 보란 듯이 실력으로 변수를 이겨냈다. 나달은 결승에서 1, 2세트를 손쉽게 따냈고, 3세트에서만 접전을 벌였다. 나달은 조코비치에 비해 범실이 14-52로 훨씬 적었다. 조코비치가 강력한 공격을 가해도 나달은 척척 받아내며 응수했다.


이로써 메이저대회 통산 20승을 기록한 나달은 살아있는 전설 로저 페더러(39ㆍ스위스)와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 부문에서 타이를 이뤘다. 나달은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은퇴를 하면 좋겠지만, 페더러나 조코비치도 우승할테니 내 식대로 하려 한다"면서 "이웃이 나보다 더 큰 집을 사거나, 더 좋은 배, 더 좋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해서 늘 불행해 할 수는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나달의 라이벌들은 대기록을 작성한 그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결승전을 펼쳤던 조코비치는 "그가 이룬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그가 왜 클레이코트의 황제인지 보여줬다"고 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는 페더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나의 가장 큰 라이벌의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며 "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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