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맞서 온도센서 등 개발, 매출 3배 도약했죠"

입력
2020.10.11 22:06
김신호 티엠에스코리아 대표



"일본의 수출규제 뉴스를 접하고 드디어 우리 회사에도 기회가 오겠다 싶었죠."

경북 경산지 자인에 위치한 계측기 전문 회사인 ㈜티엠에스코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직원을 새로 뽑는다. 올해 안으로 12명을 더 선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발 수출규제 파동 '덕분'이다. 티엠에스코리아는 대기업과 손잡고 온도센서와 컨트롤 밸브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특히 온도센서는 기존의 일본 제품과 비교해 차세대 온도센서로 평가받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40억에서 2021년에는 150억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신호(47) ㈜티엠에스코리아 대표는 "반도체 소재ㆍ부품 개발에 뛰어든 중소기업이 47개 정도 되는데 모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수출규제가 역설적으로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스 혹은 계량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티엠에스코리아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2013년 10월에 박근혜 대통령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까닭이다. 당시 인니 경제사절단에는 대기업 17명, 중소중견기업은 35명이 참여했다. 지방 소기업으로서는 특별한 경우였다.

창업 10년차였던 티엠에스코리아는 2006년 국내 최초로 도시가스용 디지털 터빈가스미터를 독자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온압보정장치 일체형 디지털미터를 개발했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일대일로 계약을 체결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현지 기업들에게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거둔 성과였다. 통상적으로 대기업도 해당 국가의 에이전트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보였다.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진행한 반도체 부품 개발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온도센서는 기존의 일본 제품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을 성공시켰다. 기존의 제품은 접촉을 통해 온도를 측정한 반면 티엠에스코리아는 비접촉으로 온도 측정이 가능하다. 하이닉스가 일본 측에 비접촉 센서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도체가 과거에 비해 정밀해지면서 접촉 온도 측정 방식이 잦은 불량의 원인이 되어온 까닭이었다. 김 대표는 "비접촉 기술은 이미 개발해 놓았지만 반도체 장비에 적용할 기회를 못 얻었던 것"이라면서 "이번 개발 성공으로 국제 특허까지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표면을 깎거나 세정할 때 투입되는 화학물의 양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컨트롤 밸브도 어렵지 않게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가 10년 전에 쓴 박사논문이 바로 초정밀 제어기 관련 내용이었다. 10여년 동안 묻혀있던 기술이 수출규제 덕분에 세상에 나온 셈이다.

수출 규제란 악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만큼 중소기업 기술에 대한 대기업과 관공서의 평가가 박한 것이 현실이다.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채택이 안 되거나, 채택될 가능성이 없어서 기량을 갖추고도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반도체 소재 부품 분야는 마땅한 테스트 베드가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수출 규제를 계기로 정부에서 테스트 베드를 구축 중이다.

티엠에스코리아가 2010년에 개발한 가스 계측기 역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은 무조건 안 된다는 편견의 장벽에 가로막혀 빛을 못 본 경우다. 13억을 들여 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매년 독일에서 300~400억원치가 수입된다. 독일이 수출하는 나라에 티엠에스코리아 제품이 함께 들어가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대접을 못 받았다. 국내에서도 외국계 기업은 티엠에스코리아를 인정했다. 워런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한 외국계 기업인 대구텍이다. 대구텍에서는 계측기를 사용해보고 오히려 티엠에스코리아 제품이 더 좋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독일산 계측기가 기계식인데 반해 티엠에스코리아 제품은 디지털화한 제품이어서 사고 예방 등에서 훨씬 뛰어난 방어능력을 보인 까닭이다. 김 대표는 "외국에서 혹은 외국계 회사에선 엄지를 치켜세우는데 공공기관 등에서는 아직도 수백억을 들여 독일에서 계측기를 들여오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국내에서의 홀대는 수출에서도 걸림돌이 되었다.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다양한 나라에 수출길을 열었지만 바이어를 접촉하면 으레 듣게 되는 말이 "한국에서 판매 실적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이럴 때마다 "일단 설치해봐라. 직접 눈으로 성능을 확인해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매출 규모만 보고 홀대하거나 무조건 독일과 일본이 우수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기술기업은 오히려 혁신에 늦습니다. 일본과 독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배울 점도 있지만, 우리에게 오히려 더 뛰어난 점도 분명 있습니다. 매출 규모를 떠나 경험과 기술, 혁신의 의지를 가진 작은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한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합니다."

김 대표는 반도체 관련 부품 개발을 하면서 지자체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정부에서 기회를 제공하고 대기업과 협업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짰다면 자금 지원에서는 경상북도의 지원이 요긴했다. 김 대표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47개 강소기업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면서 "그들과 함께 강소기업에 대한 인식과 여론을 바꾸는 작업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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