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4년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공정)과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안보) 등으로 여권의 약점이 노출됐지만, 여론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방탄 여론'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문 대통령 지지율만 보면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 없는 최초의 정권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지지율)가 49%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9월 3주차)와 동일한 수치다. 같은 기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4%로 1%포인트 하락했다. 경향신문ㆍ한국리서치 조사(이달 3, 4일)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50%, 부정 평가는 45%였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에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확인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여권에 대한 견고한 지지세가 확인된 셈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긍정 평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연구위원은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정부가 방역 대응을 잘했다’는 여론이 70%를 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여권에 불리한 각종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추석 연휴에 나눈 대화 주제로 ‘감염병 및 방역 관련 이야기’를 꼽은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다. ‘정치 이야기’는 20%에 그쳤다. 추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등 여의도에서 미는 이슈는 국민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추 장관 이슈와 북한 피격 사건이 코로나 국면에서 여권 지지를 철회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추석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명절 연휴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정담(政談)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민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에는 여권발(發) 리스크가 겹겹이 쌓이며 보수 진영에 유리한 추석 민심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추석 연휴 이전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49%였는데, 연휴 직후엔 53%까지 올랐다. 올해 추석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정부의 ‘귀향 자제’ 요청으로 민심이 섞이고 증폭될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ㆍ여당이 추석 연휴 전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추석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여권 우위의 민심 지형이 지속될 거라고 입을 모은다. 정한울 전문연구위원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민심이 국민의힘에 관심을 돌리진 않는다는 얘기다. 엄경영 소장은 “야권 지지율이 힘을 받으려면 20대와 50대가 여권 지지에서 떨어져 나와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없다”며 “치명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나 문 대통령 친ㆍ인척 권력형 비리, 정권 핵심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가 터지지 않는 이상, 최근의 여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