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가 군 복무 중 병가를 떠나기 전, 이미 ‘병원 진료일만 병가로 인정하라’는 국방부 공문이 해당 부대에 하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문대로라면 서씨가 실제 사용한 병가 19일 중 상당수는 병가 아닌 개인 연가로 처리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서씨의 병가 신청을 공문과 달리 승인한 군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일보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한지단)은 2017년 5월 30일 오전 8시45분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절차 강조 및 전파'라는 제목의 공문을 접수했다. 공문 접수 시점은 서씨가 1차 병가를 나가기(같은 해 6월 5일) 1주일 전이다.
당시 이 공문은 같은 해 3월 8일 국방부 보건정책과가 시행한 ‘현역병의 진료 목적 청원휴가 규정 준수 강조지시’와 2016년 1월 국군의무사령부(의무사)가 작성한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절차 통보’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 공문에는 "최근 현역병이 진료 목적의 청원휴가를 개인적 휴가로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며 "청원휴가 승인권자는 훈령에 따라 승인 기준을 엄격히 준수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특히 "실제 진료와 관계없이 청원휴가를 사용한 기간은 개인 연가로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공문은 3월 13일 의무사에서 의무사 예하 군병원으로 전파됐고, 해당 공문과 동일한 문건이 5월 29일 수도병원에서 한지단에 전파돼 다음날 수신ㆍ접수됐다.
이 공문은 한지단(단장 대령) 소속 부대인 지역대(지역대장 중령)까지도 하달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휴가 처리 업무를 맡았던 지역대 행정병 A씨는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지단 접수 공문이 각 지역대에 전파됐다고 증언했다. A씨는 “2017년 초 업무관련 인트라넷에 휴가 처리 지침에 관한 공문이 내려와 변동 사항을 숙지한 적이 있다”면서 “지침이 내려진 이후 병가 사용을 악용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우선 개인 연가로 나가게 한 다음 복귀 후 입원 일수만큼만 병가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개인 연가로 간주하게끔 했다”고 밝혔다.
서씨의 경우 개인 연가 28일과 병가 19일을 썼는데, 그의 실제 입원 일수는 4일이고 통원 진료일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입원일이 아닌 나머지 15일 모두 통원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15일 중 상당수는 개인 연가로 처리되어야 했던 셈이다. 국방부 공문에는 2, 3일에 한 번 통원 치료를 받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 날은 개인 연가로 처리하라는 내용도 나와 있다.
이 공문이 한지단 및 지역대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지금껏 국방부가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해 왔다는 정황을 보여 준다. 국방부는 앞서 해당 공문이 한지단에 전파되지 않았다고 설명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서씨 부대의 관계자들이 국방부 지시와 달리 휴가 기준을 적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법무관은 “규정 강조 공문은 규정과 동격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서씨의 병가 처리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휴가 승인권자는 직권남용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병가를 문의ㆍ청탁한 추 장관 보좌관 역시 규정을 어긴 청탁이므로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미 서씨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결과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윤 의원은 "검찰은 국방부 공문을 위반한 군의 휴가 처리와 이를 청탁한 보좌관에 대한 추 장관의 지시여부 등에 대해 아무런 규명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며 "재수사 등 진실규명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