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좌우에 리병철ㆍ박정천...리설주는 어디에?

입력
2020.10.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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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서 드러난 권력구도
부인 리설주 여사는 안 보여 
"코로나 피해 자녀들 데리고 모처에서 수개월째 기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른팔'은 박정천 군총참모장, '왼팔'은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었다. 두 사람은 김 위원장을 좌우에서 밀착 보좌하면서 열병식 행사를 주도해 각각 군과 당 내 최고 실세임을 입증했다.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주석단(귀빈석) 등장 때부터 박 총참모장과 리 부위원장의 엄호를 받았다. 두 사람은 닷새 전 군 계급 중 최고인 '원수' 칭호를 수여받아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증명했다. 열병식에서도 북한 공식서열 2위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나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제치고 시종일관 최고지도자 옆을 지켰다.

북한 미사일 개발 주역인 리병철 부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을 진두지휘했다. 박 총참모장이 리 부위원장에게 "열병식 준비 검열을 받기 위해 정렬했다"고 보고하자, 리 부위원장의 지휘 아래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가 줄줄이 공개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열병식은 군 행사인데 당을 대표하는 리 부위원장이 지휘하는 것은 '당이 군을 이끈다'는 뜻"이라며 "김 위원장이 '선당복원'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과시하고, 리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각종 회의에서도 리 부위원장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치고 김 위원장 왼편에 앉는 모습이 목격돼 왔다.


리 부위원장과 함께 권력 실세로 떠오른 박 총참모장은 포병 전력화의 핵심 주역이다. 포병 사령관 출신인 그는 북한군의 포병 중심 전력 개편을 이끌고 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새로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등으로 대남 화력에서 세대 교체를 이룬 것도 그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 수해 복구에 전면 투입된 군의 노고에 거듭 감사를 표해 군을 이끄는 박 총참모장의 공을 치켜 세워준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의 핵심 참모들도 주석단(귀빈석) 첫째줄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 왼쪽부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당 부위원장 등이 서있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주석단에 앉긴 했지만, 김 위원장과 같은 열은 아니었다.

반면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 여사가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나선 것은 올해 1월 설 명절 기념 공연으로 9개월째 잠행 중이다. 북한 소식통은 "리 여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하기 위해 모처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수개월째 기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 여사가 임신 및 출산 때문에 공개활동에 나서지 못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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