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우편투표' 급증... 세계경제엔 악재인 이유

입력
2020.10.11 12:30
한은 "재검표 논란 등 불확실성 커져"
2000년 소비자신뢰지수도 급락

다음달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 비중이 급증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편투표가 늘어나면 개표 지연 등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자칫 재검표 논란이 불거졌던 2000년 대선 당시 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한국은행은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다음 달 3일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가 확대돼 경제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편투표 신청자 수는 2,800만명으로 유권자의 14%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미 현지언론은 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 참여 유권자가 8,000만명 이상이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우편투표 확대는 선거결과 확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투표 이후 한동안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배달 지체, 검표 및 계산을 위한 수작업 부담 등으로 개표 지연이 예상되는데다, 개표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도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는 등 우편투표가 문제가 많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친 상황이다.

한은은 과거 2000년 미 대선을 예로 들며 "당시처럼 불확실성이 급증해 심리지표가 하락할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조지 W.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은 재검표 논란으로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한 달 이상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했다. 한은은 "대선 이후 보통 소비심리가 개선되지만 2000년 당시 12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대비 9% 급락한 뒤 이듬해 2월까지 하락세가 지속됐다"고 우려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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