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의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 심리로 진행된 이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 전 회장은 "5만원짜리 현금 다발로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며 "5,000만원을 다 넘긴단 이야기는 안 했어도 대부분 (청와대 수석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회 등에 전방위로 로비한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나와 오랜 지인인 김모씨(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를 통해 한 국회의원 의원실을 직접 찾아갔다"며 "도와주겠다고 해서 (해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직접 전화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의원실을 방문한 이후 이 대표와 청와대 수석이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27일 이 대표가 (수석을) 만나겠다고 연락이 왔고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건넸다"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섯개'(5,000만원)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인사는 하고 왔다고 해서 어느 정도 (수석에게) 전달 됐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강 전 수석을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아 전달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의 변호인 측은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이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김 전 회장) 진술에만 근거했을 뿐 증거가 없다"며 "라임 투자금을 받아야 피고인 회사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대표이사로서 청와대 수석을 만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 전 수석 역시 김 전 회장의 진술은 모두 허위라는 입장이다. 강 전 수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전 회장이 재판 도중 진술한 내용 중 저와 관련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 날조"라며 "금품수수와 관련해 한치의 사실도 없고 민ㆍ형사를 비롯한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강력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광주MBC 출신인 이 대표는 금융감독원의 라임 조사 무마를 위해 청탁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김 전 회장과 오랜 지인이었던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이 실소유주인 스타모빌리티 대표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