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지원법 되면 3800명이 58억 혜택 받는다

입력
2020.10.09 01:00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자녀에게 교육ㆍ취업ㆍ의료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해 ‘공정’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 분석결과,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주화 유공자와 그 가족 등을 포함해 3,800여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예산도 매년 12억원 정도가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민주당 우원식, 윤미향 의원 등 20명은 지난달 23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에게도 기존 4ㆍ19혁명이나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게 준하는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유공자 당사자나 가족, 혹은 유가족이 중ㆍ고교 및 대학에 진학할 때 학비 일부를 지원 받는다. 또 법이 정한 교육기관은 입학 정원에서 일정 비율로 이들을 선발해야 한다.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군부대,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 채용 시험에도 일부 가산점을 받도록 했다. 민주화운동 중 부상을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의료기관에서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장기 저금리 대출도 가능하다.

이날 예정처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 이 법이 시행될 경우 3,753명의 민주화운동 유공자나 가족 등이 혜택을 입는다. 투입 예산은 2021년 10억9,400만원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5년간 총 57억8,8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세부 학목별로 교육지원 대상자는 연간 190명 안팎, 취업 지원 대상자 연간 40명 안팎, 의료지원 대상자 연간 1,300명 안팎 수준이다.

우원식 의원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씨 등은 자식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셨다"면서 "남은 분들이라도 자식이 국가가 민주주의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는 (유공자) 모습을 보게 해 드리고 싶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 의원 측은 “지원 대상 중 전ㆍ현직 의원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에게 특권을 주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나 또한 민주화운동 출신 의원이지만 과도한 지원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며 “민주화운동 세력이 스스로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용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공정 문제로 번져 여론까지 악화할 경우,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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