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립ㆍ사립대 병원장들이 8일 “의대생들에게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바란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응시 기회를 달라고 선배들이 ‘대리 사과’를 자청한 셈이다. 집단휴진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지만 정부 정책을 철회시키려는 압박 수단으로 국시 거부를 강행한 의대생들이 준 혼란에 대해 의료계 지도급 인사들이 사과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이라는 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집단휴진은 의료계가 집단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국시 거부는 예비 의료인인 의대생들마저 이런 집단 이기주의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정부가 실기시험을 1주일 미뤄주었고 접수 기한도 두 차례나 연기해주는 등 구제 기회를 줬는데도 이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줄 경우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0만명 가까이 참여한 것은 냉담한 여론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응시를 포기한 의대생 2,700명이 국시를 치르지 못할 경우 내년부터 발생할 의료 공백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 이는 매년 새로 배출되는 의사의 87%에 해당하는 숫자로 인턴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병원들의 인력 공백, 의료 취약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부족 문제 등 혼란이 예상된다. 해법은 의대생들에게 달려 있다. 지난달말 전국 40개 의과대학 4학년생들은 “국시를 보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을 뿐 국민들에게 준 혼란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의대생들은 먼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국민 사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바란다. 이를 전제로 정부도 합리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