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중국의 전자결제 플랫폼 규제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 고위 관리들이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과 위챗페이의 모기업 텐센트홀딩스를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이 지난달 30일 백악관 상황실에 집결해 중국 전자결제 플랫폼에 대한 제재 방법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최근 몇 주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구체적인 제재 방식이 나온 건 아니다"고 했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그룹홀딩스 산하 앤트그룹은 전 세계에서 10억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 디지털결제 기업이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쳇페이는 트럼프 정부가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모바일 채팅앱 위챗과 연동된 결제시스템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들 중국 전자결제 플랫폼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핀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디지털결제 시스템을 지배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이 수억명의 개인ㆍ금융정보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급물살을 탈 것 같은 이 방침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최근엔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하는 바람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앤트그룹은 상징성이 워낙 커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미중 간 경제ㆍ정치적 대립이 더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2,5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로 평가되며, 이달 말 홍콩과 상하이증시 동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제재에 돌입할 경우 상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앤트그룹 매출의 95%가 중국 내에서 이뤄질 정도로 알리페이는 중국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시스템이라, 미국의 제재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적 반발은 이전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앤트그룹을 제재할 경우 중국은 혁신적인 자국 기업 견제로 받아들일 것이고 틱톡 논란 때보다 훨씬 더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앤트그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부 내부의 논의를 알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논평 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ㆍ재무부ㆍ국무부의 통신 담당자들도 관련 보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